[오큘러스GO 리뷰 #1] 마크주커버그의 10년지 대계
[오큘러스GO 리뷰 #1] 마크주커버그의 10년지 대계
  • 안일범 기자
  • 승인 2018.05.25 15: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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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주커버그는 가상현실 분야에 2조원을 때려 박았다. 좀 더 고급스러운 표현을 쓸 수 있겠으나, 말그대로 때려박았다. 아무 것도 없이 그저 헤드셋만 있던 그 시절에 일단 박았다. 당시 M&A에 참가했던 멤버들을 직접 취재해봤을 때 마크 주커버그는 딱 한마디 했다고 한다. "이걸 제대로하려면 뭐가 필요할까요?" 오큘러스 핵심 관계자는 돈이라고 했다. 얼마? 라는 질문에 2조원이라고 답변했다니 배포가 남다르다. 그렇게 가상현실 세상이 시작됐다.

주커버그의 도전

실제는 상상했던 그것과는 많이 달랐다. 아직 초기 기기였던 그 물건은 이제 '때려박은 금액'만큼 못지 않게 많은 돈을 기술 개발과 제품 생산에 써야 했다. 세상을 바꾸는 일이 그리 쉬울까. 당연한 이야기 아니겠는가. 소송에 따른 손해 배상 등 뒷 이야기도 무성하지만 일단 적지 않은 금액이 들어갔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마크 주커버그는 가상현실 분야에서 비전을 봤다.

지금까지 성공 유뮤는 둘째치더라도 분명히 그 인수가 페이스북에 긍정적인 영향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주커버그는 더 이상 애송이가 아니었다. 오큘러스 인수 전까지 불과 60달러 내외에서 성장을 멈췄던 주가는 2배로 떴다. 주커버그는 스타덤에 올랐다. 그저 흔한 닷컴기업 CEO에서 세계적인 문제를 함께 해결해나가야 할 글로벌 리더 포지셔닝에 성공한다. 2조원을 한방에 쓰니 재계 평가가 달라진것은 당연한 일 아니겠는가. 세계적인 문제가 발생하면 주커버그가 불려 나오니 할말 다했다. 그는 이제 명실상부한 글로벌 리더 중 한명이다.

속내를 보면 여전히 좀 쓰리다. 오큘러스 리프트 판매량은 100만대 내외로 추정된다. 기어 VR이 400만대를 팔았다고 하나 삼성과 제휴를 통한 판매. 대당 50만원쯤 남겼다고 행복회로를 돌려봐도 계산은 한참 모자란다. 그에게 있어 여전히 가상현실은 숙제로 남아 있다.

사실 당면 과제는 더 크다. 여전히 페이스북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인스타그램, 스냅쳇 등 무시무시한 물건들이 커올라온다. 얼마 못가 10대들은 '페이스북'을 '어른들의 졸업 앨범'쯤으로 인식하는 시대가 다가올 것이 틀림없다. 한방을 터트리지 않는다면 순식간에 꼬꾸라진다. 수 많은 기업들이 벌써 몇 번이나 경험했던 일이다. 돌파구는 필요하고, 주커버그는 가상현실을 말했다.

오큘러스GO는 기어VR과 오큘러스 리프트 사이 '스윗스팟'을 공략하는 기기다
오큘러스GO는 기어VR과 오큘러스 리프트 사이 '스윗스팟'을 공략하는 기기다

 

VR마켓 공략 특공대

그가 선택한 한방은 여전히 가상현실을 향해 있다. 가상현실을 근간으로 페이스북의 경험을 확대 재생산하는 한편, 페이스북을 일종의 플랫폼으로 확산해 차세대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주커버그는 이 시장에서 10억명을 모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도박수든 정해진 전략이든간에 일단 가상현실 분야에 적지 않은 공을 들이는 것은 확실하다. 

페이스북은 이를 위해 세계적인 전문가들을 끌어 모았다. 이미 오큘러스에 존재하는 전문가들외에도 내로라하는 괴수들이 오큘러스 헤드쿼터에 모여서 미래를 만든다. 오큘러스에 스카웃된 한 개발자는 '여기를 둘러봐도 네임드, 저기를 둘러봐도 네임드여서 연예인들 사이에 들어온 것 같은 기분'이라고 설명했다. 

하드웨어 파트너들도 든든하다. 앞서 '기어 VR'을 출시하기 위해 삼성전자와 손을 잡았던 이들은 이번에는 샤오미와 손을 잡고 새로운 기기 개발에 나선다.

이들이 이번에 준비한 전략은 니치 마켓 공략. 쉽게 말해 오큘러스 '리프트'보다는 성능이 낮고, '기어 VR'보다는 성능이 좋은 기기를 준비해 차세대 시장에 도전한다. 그렇게 '오큘러스 Go'가 탄생한다. 

오큘러스GO는 23만 8천원에 구매할 수 있다. 배송비 무료
오큘러스GO는 23만 8천원에 구매할 수 있다. 배송비 무료

 

대기업의 테라포밍 전략

'오큘러스 Go'는 새로운 기기는 아니다. 이미 지난 2017년부터 시도됐던 분야로 소형 PC에 디스플레이를 붙인 독립형 기기 이른바 '올인원 HMD'와 같은 맥락에 놓여 있다. 세부적인 부분으로 들어가면 렌즈가 변했고 기기 안정성인 올라갔으며 오큘러스 플랫폼을 활용한다. 다만 가장 큰 변화는 가격이다. 당초 70만원대에서 100만원대가 넘어가는 '올인원 HMD'를 단 23만원에 구매할 수 있게 됐다. 대기업들이 가장 효과적으로 시장을 제압할 수 있는 전략에 손을 댄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기는 매력적이다. 2.5K해상도에 3시간동안 연속으로 이용할 수 있는 배터리. 렌즈를 개선해서 화질면에서 환상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기기도 비교적 가볍다. 쉽고 간편하게 쓸 수 있도록 인터페이스가 개선됐고, 최적화에 힘을 기울인 흔적이 역력하다. 

단적인 비교로 이 기기 스펙은 L사가 발매한 G핸드폰 여섯번째 작품과 스펙이 흡사하다. 최근까지도 판매되고 있는 50만원대 태블릿과 견주어도 실 스펙에서는 별반 차이가 없다. 시대를 견인할만한 스펙은 아니지만 뒤떨어진다고도 볼 수 없을만한 스펙이다. 덕분에 가격대 성능비 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주커버그의 10년지대계
 
주커버그는 지난 2017년 오큘러스 인수를 두고 주주들을 대상으로 '인내'를 요구했다. 그가 바라보는 가상현실 프로젝트는 10년이 걸린다고 그는 밝혔다. 이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세계적인 기업이 될 것이란 확신이 그에게 있다. 

주커버그는 앞으로 가상현실 경험은 '소셜'이 지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관점에서 '오큘러스GO'를 바라보면 퍼즐 조각은 서서히 들어 맞는다. 오큘러스GO에 페이스북 360 어플리케이션을 탑재하고 관련 기능을 확장해 나가는 시도도 그 때문은 아닐까. 이미 '오큘러스 리프트'나 '기어VR'등에서 실험하고 있는 오큘러스 룸즈나, 스페이스 등과 같은 시스템들을 보다 확대하기 위한 시스템으로 해석된다. 이와 함께 시장이 형성되면서 B2C마켓이 만들어진다면 더할나위 없는 포진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흔히들 콘텐츠업계는 '닭'이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싸움이라고 이야기 한다. 하드웨어가 더 많이 팔려야 콘텐츠를 개발할 수 있고, 반대로 콘텐츠가 잘 나와야 하드웨어가 팔 수 있다는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이번에는 하드웨어 업체인 오큘러스가 소위 '대출혈 서비스'에 나선 셈으로 풀이 된다. 그렇다면 이 기기는 현재 어느 정도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을까. 

- 연재 2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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