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로버 오성 VR사업팀장 '베니스 수상'은 영예 … 10월 VR극장서 '버디VR' 선보일 것
레드로버 오성 VR사업팀장 '베니스 수상'은 영예 … 10월 VR극장서 '버디VR' 선보일 것
  • 안일범 기자
  • 승인 2018.09.18 18: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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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8일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국내 VR제작사 레드로버가 '베스트 VR 경험(익스피리언스)상'을 수상했다. 경쟁부분 30작품(초청 10작품)과 경쟁해 따 낸 성과다. 바오밥 스튜디오, 펜로즈 스튜디오, 구글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VR스튜디오들이 대거 참가한 가운데 수상이어서 의미가 남다르다. 이에 ‘버디VR’의 제작을 맡은 레드로버 VR사업팀 오성 팀장을 만나 베니스 영화제 뒷 이야기들을 들어 봤다.

레드로버는 '넛잡'시리즈로 세계적인 흥행을 기록한 국내 애니메이션 제작사이다. 이 기업은 항상 신기술을 개발하고, 그에 맞춰 영상을 발전시켜나가면서 새로운 도전을 거듭해왔다. 관련 특허만 60여개가 넘어갈 정도다. VR분야에도 도전은 이어졌다.


"해외에서도 영화나 애니메이션 제작사가 VR을 개발하는 경우는 많았습니다. 보통 자사 영화가 개봉하기 전에 영상을 만들어서 공급하는 형태가 대다수였죠. 주로 영화를 잘 팔기 위한 프로모션에 가깝습니다. 저희 프로젝트는 그것과는 조금 다릅니다. '버디 VR'은 '넛잡 I.P'를 기반으로 개발된 것은 맞으나 본편 홍보 보다는 '외전'격으로 개발된 독립된 작품입니다. 기존 소스를 활용해 재구성하고, 공간 택스쳐를 만들고, 시나리오를 쌓아 올리고, 연출을 더했고, 엔진에 얹어 리얼타임 렌더링을 활용하는 등 공을 들였습니다."

그는 처음 프로젝트를 기획하면서 부터 제대로된 작품을 만들고자 노력했다고 한다. 이를 위해 3D촬영 노하우와 VR 및 영화 및 영상분야에서 다년간 작업해온 채수응 감독과 호흡을 맞췄다. 오성 팀장은 채수응감독과 7년전 남영주
종합촬영서에서 처음 연을 맺었다고 한다.

"예전 3D영화촬영할때 이야기인데요. 채 감독이 속한 팀이 저희회사에서 제작한 리그를 가져다가 테스트촬영을 하고 있었습니다. 바로 영화'미스터 고'를 작업 할때였는데 고릴라 모형의 머리를 놓고 지속적으로 테스트 촬영을 진행중이였습니다. 매일 하루 8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3D촬영장비에 따른 다양한 테스트를 진행한다고 하니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우연한 인연이 이어져 ‘버디VR’프로젝트를 같이 작업하게 된 계기가되었습니다”

채 감독은 지난해 VR영화 '화이트 래빗'을 촬영하면서 VR부분에서도 이름을 알린 감독이다. 3D촬영에 대한 이해도를 바탕으로 공간을 설계하고 입체감을 살린 영상을 활용해 몰입감을 주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화이트 래빗'에서는 객체간 크기대비를 활용해 원근감을 극대화하고 공간감을 살린 영상을 공개해 극찬을 받았다. 이번 작품에도 그 노하우가 쓰였다는 후문이다.

"처음 '버디VR'을 기획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점은 영화 속 캐릭터과 교감입니다. 영화 속 캐릭터들과 같은 공간에 함께 있고, 캐릭터들이 나를 알아 보는 느낌을 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캐릭터들과 관객이 함께 뭔가를 하는 일이 중요했습니다. 캐릭터가 관객과 아이컨텍을 하고, 관객이 자신의 이름을 캐릭터에 알려주며, 캐릭터가 또 이를 기억하는 것과 같은 장면들이 들어간 이유도 그렇습니다."

오 팀장은 일반 영화와 VR이 가장 다른 부분은 교감이라 했다. 최근 관객과 인터랙티브를 나누는 영화들이 등장하지만 직접적으로 개인과 개인의 교감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장르가 그리 흔하지 않다는 해석이다. 때문에 이를 극대화 하기 위해 고민이 깊었다고 한다. 영화 속 캐릭터를 직접 만저보고, 캐릭터가 이에 반응하며, 유저는 진동 등 세부 효과를 통해 만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 등을 고안해 애니메이션 속에 삽입하고자 노력했다고 한다.
다만 개발일정상 시도하지 못한 몇가지 디테일에 대해서는 차기작을 통해 꼭 구현해 보고 싶다고 그는 이야기 했다

이 같은 시도들이 인정 받아서 였을까. '버디 VR'은 이미 국내에서는 완성도와 작품성, 몰입감 등을 함께 잡은 수작으로 입소문이 난 작품이다. 국내에서 분명히 유명했던 것은 사실이나 아무래도 글로벌에서 통할지는 미지수였다. 그런데 이들이 베니스영화제에 초청 받아 전시까지 진행했다.

"초청 받았을때 저희가 수상할 거라고는 전혀 생각 못했습니다. 베니스 VR아일랜드에서 전시됐던 작품들이 너무 수준이 높았거든요. 하나씩 다른 작품들을 감상해 볼 때 마다 감탄하고, 많이 배우고 했습니다. 역시 세계는 수준이 높다는걸 알았고, 상상하지 못했던 관점에서 VR영상과 인터랙티브를 해 나가는 점을 보고는 기가 많이 죽었죠. 애초에 수상을 생각도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딱 상을 받으니까 너무 정신이 없었습니다.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이 교차해서 즐기질 못했어요. 처음에는 얼떨떨했는데 행사를 끝내고 딱 사진을 찍으니까. 아.. 그 기분 진짜 좋더라고요."

그의 말도 이해가 간다. 사실 '버디 VR'과 경쟁했던 작품들은 내로라하는 애니메이터들이 대거 참가하고 대형 스폰서들이 붙어 입이 떡벌어지는 제작비를 투입한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버디 VR'역시 적지 않은 제작비를 소비한 타이틀이지만 아무래도 글로벌급 대작으로 보기에는 무리수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사실상 반전 수상이었다.

"솔직히 베니스 현장에서 반응은 꽤 괜찮았습니다. 주로 여성 관객분들의 반응이 폭발적이었습니다. 여러 전시회를 통해 미리 관람객들의 반응을 살펴볼수가 있었는데 지난 홍콩 FILMART 전시회때 중년의 여성분이 ‘버디VR’의 체험하시고  눈물을 흘리시더라고요. 그래서 더욱 기억에 남았습니다. 우리가 제작한 콘텐츠가 감동을 드릴수도 있구나 하구요.”
 
전시 기간동안 베니스 VR아일랜드에는 약 1만명의 관객이 방문해 VR콘텐츠를 관람한 것으로 공식 발표 했다. 남다른 스케일이다. 비교적 짧은 전시기간에 부스 사정상 운영 시간에도 제한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고무적인 스케일이다. 오성 팀장도 현장에서 그 스케일에 놀랬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이 전시를 위해서 40개 작품을 전시하는데 현장 스태프만 100명이 넘어간다고 그는 말했다. 이 같은 적극적인 투자가 있었기에 성공적인 VR영화상영이 이뤄졌다는 후문이다.

"국내에서도 이런 규모로 전시를 하고, 사람들을 모을 수 있을지를 고민해 보면 답을 내기가 쉽지 않은 것은 사실입니다. 해외에서야 가능한 스케일이죠. 그런데 해외에서는 이렇게 투자를 하고 사람들에게 알리면서 시장을 만들어 갑니다. 반대로 국내에서는 그 만큼 투자가 이뤄지지않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분명히 콘텐츠를 개발하고 성과를 내고는 있는데 그에 걸맞는 투자와, 시도들은 해외에 비해서 많이 부족한 것 같아 아쉬움이 남습니다."

당장 그에게 떨어진 고민은 '버디 VR'상용화다. '넛잡'처럼 애니메이션이라면 전세계 수많은 극장을 통해 관객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런데 VR영상은 사실 크게 개봉할만한 공간이 많지 않다. 소위 'LBE(장소 기반 엔터테인먼트)', VR테마파크나 VR방 등과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전체 규모 상에서는 일반적인 애니메이션과 차이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지금도 다수 LBE기업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다들 가능성은 있다고 하지만, 아무래도 센서가 필수고 공간이 있어야 하다 보니 여러모로 제약이 있습니다. 이제 타진하는 단계고 오는 10월 경에는 관객여러분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좋은 작품 만든 만큼 많은 분들에게 선보일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고 싶습니다."

그는 앞으로도 VR프로젝트를 개발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미 염두에 두고 있는 프로젝트도 있다고 밝혔다. 어쩌면 그의 손에서 한번 더 베니스를 노릴만한 작품이 나오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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