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대학교 한정엽 교수 "가상현실 등 신기술로 새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예술 선보일 것"
홍익대학교 한정엽 교수 "가상현실 등 신기술로 새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예술 선보일 것"
  • 안일범 기자
  • 승인 2018.10.19 19: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홍익대학교를 이끌던 선배님들은 주류에 저항하신 분들이 많습니다. 당시 일제 작품들이 주류를 형성하면서 '비주류' 작품들을 선보이고 전시하면서 새로운 흐름을 제시하신 분들이죠. 그렇게 혁신을 일궈냈고 지금까지 그 정신은 이어져 내려오고 있습니다. 이제 다시 시대는 조금씩 변화하고 있고 새로운 흐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 시점에서 다시 우리는 변화하고 새로운 시대를 사는 청년들에게 새로운 예술에 대한 장르를 제안할 필요가 있는 것이 아닐까요."

홍익대학교 한정엽 교수는 디자인과 전시 분야를 전공한 인물이다. 진취적인 성격탓에 항상 새로운 것을 추구하기도 했다. 시대가 변화하면서 순수 예술도 분명히 중요하지만 새롭게 대두되는 디지털 예술분야에 심취해 이 분야에서 새로운 길을 찾고자 했다. 그래서 그는 가상현실을 선택했다. 


"사실 가상현실이 새로운 것이라고 볼 수 있지만 원류를 따져가다보면 백남준 선생님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미디어 아트의 창시자죠. 그렇게 따지면 엄밀히 말했을때 우리나라가 바로 이 장르의 원류가 아닐까요. 이미 다년간 연구해온 이 분야를 좀 더 확장시키고 발전시켜야하지 않겠습니까. 특히 백남준 선생님은 동양적 정서를 근간으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신 분입니다. 그래서 가상현실 분야에서도 동양적인 정서를 근간으로 이를 확장하는 작업을 해보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 교수는 연구원들과 함께 미디어아트센터를 만들어 차세대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과거 시대를 주름잡던 화백들은 물론, 살아숨쉬는 전설적인 화백들과 함께 동양적인 감성을 VR세상에 녹이는 프로젝트를 집중적으로 구현하고 있다. 일례로 지난 9월부터는 이이남 화백의 작품 세계를 근간으로 전남 수묵비엔날레에서 가상현실 작품을 전시 중이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무채색 평풍들이 바닥에서 솟아오르고 이 작품을 보다 자세히 바라볼 수 있도록 하는 작품이다. 특히 각 병풍속 그림들이 살아 움직이면서 보는 이들의 감성을 자극한다. 

"VR은 신기하게도 볼 수 있지만 엄밀히 말하면 현실의 연장이라고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다만 실제 현실에서 하려면 어마어마한 돈이나 시간이 드는 일들을 VR속에서는 쉽게 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지 않을까요. 무엇보다도 '공간'뿐만 아니라 '시간'에서도 제어가 가능한 점이 가장 기가막힌 부분입니다. 이 부분을 좀 더 파고들 수 있다면 좀 더 새롭고 구체적인 표현이 가능하리라고 봅니다. 예를들어 바람이 불어오는 넓은 들판을 상상해 봅시다. 그런데 그 들판에서 꽃이 자라납니다. 식물들이 빠르게 자라나면서 화려한 꽃들이 피고, 새가 날아다니고, 주변을 둘러 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봅시다. 여기에 꽃향기가 나는 체험이라면 현실 세계에서는 가 볼 수 없는 어떤 공간으로 여행을 떠날 수 있고, 사색에 잠길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보다 직관적인 감정 전달과, 분위기를 만  들 수 있는 작업이죠. 꿈 속 세계를 표현하는 것도, 다른 사람의 상상력을 가상현실로 옮기는 일도 가능할 것입니다."


한 교수팀이 작업중인 프로젝트 중 하나는 내로라하는 화백들의 시각으로 현실을 바라볼 수 있는 프로젝트다. 이중섭, 허난설현, 추사 김정희 등 역사적 가치를 입증한 인물들의 화풍을 근간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프로젝트다. 인공지능 기술과 가상현실 기술이 결합돼 새로운 관점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 교수는 설명했다. 

"이제 갈수록 디지털 아트가 부각되는 시대가 올 것입니다. 저는 저희 시대 예술을 추구하고 발전시키고자 노력했다면, 이제 다음 시대에 걸맞는 예술들이 나와야 할 차례입니다. 저도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누구도 잘 모르는 분야고 앞으로 어떻게 변해갈지도 잘 모르는 분야입니다. 다만 제가 가진 것은 아무래도 '경험'이겠죠. 도전해 본 경험, 노력해 본 경험, 새로운 것을 접할 때 대처해 본 경험은 분명히 있습니다. 이런 것을 기반으로 일종의 프로젝트 매니저로서 역할을 하는 것이 제 역할이 아닐까 싶습니다. 과거와 같이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시대가 아니라 함께 고민하고, 함께 노력해서 뭔가를 만들어 보는 그런 시대에 맞서 지금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는 연구원들과 함께 하면서 실험적인 시도를 거듭할 수 있었다고 이야기한다. 곳곳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고 이를 기반으로 학습하고, 결과물을 내고, 전시하고, 또 그 결과물을 인정받으면서 조금씩 '답을 내놓고' 있다는 점에서 기쁨을 느낀다고 그는 말했다. 실제로 그의 연구팀들은 주요 정부과제와 산학연구 과제 등을 수주하면서 단순히 학문적이고 예술적인 부분 뿐만 아니라 상업적인인 분야에서도 조금씩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솔직히 큰 돈은 아니죠. 그래도 도전할 수 있는 그 바탕을 만들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적어도 등록금 정도는 주면서 함께 전진한다는 점에서 조금이나마 'PM'으로서 역할은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더 많은 이들과 함께 하면서 새 시대를 열 수 있도록 나아가고 싶습니다."

한 교수는 이 외에도 '서클VR'시스템을 적용해 홍익대학교 홍문관 카페 한켠에 전용 퍼포먼스 시스템을 설치했다. 국내 대표 설치 예술기업이자 VR기술기업으로 유명한 클릭트와 협업했다. 또,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는 LG전자와 함께 협업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이를 통해 국내를 대표하는 아티스트들을 초빙해 VR세상을 즉석에서 그려 가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도 하고, 연구소에서 개발한 프로젝트들을 선보이는 일종의 갤러리를 마련했다. 

여기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합해 각 미술품사이 거래를 투명하게 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연구한다거나, 일반인들의 사진을 받아 이 유명 미술가들의 화풍으로 변환하도록 하는 인공지능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등 차세대 기술을 근간으로 디자인과 예술 분야에 접합하는 기술들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만들어 나가고 있다. 

"내년에는 가능하다면 아르스(아르스 일렉트로니카 페스티벌)에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국내 작품들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기회를 만날 수 있다면 더할나위 없겠죠.차근차근 준비해 나가면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싶습니다. 또, 새로운 동료(연구원, 학생)을 만나 영감을 주고 받으면서 새로운 방향을 모색할 수 있었으면 더할나위 없겠습니다. 계속 도전해 나가야죠. 그리고 의미있는 성과를 내 보고 싶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