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게임 ‘씨 히어로 퀘스트’, 알츠하이머 연구 이끈다
VR게임 ‘씨 히어로 퀘스트’, 알츠하이머 연구 이끈다
  • 정우준 기자
  • 승인 2019.04.30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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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증부터 재활훈련까지 점차 의학계에서 활용도를 높여가는 VR게임이 이번에는 알츠하이머 진단에서 탁월한 효과를 증명했다. 그 주인공은 바로 글리쳐스가 개발한 모바일 VR게임 ‘씨 히어로 퀘스트(Sea Hero Quest)’다.
 

출처=‘씨 히어로 퀘스트’ 웹페이지

‘씨 히어로 퀘스트’는 미로처럼 얽힌 북극의 빙하 사이를 항해하면서, 정해진 방향을 향해 신호탄을 쏘거나 곳곳에 위치한 생물들의 사진을 촬영하는 미션을 수행하는 VR게임이다. 다만 개발사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유저의 공간 지각력과 방향판단능력을 바탕으로, 질병을 조기에 진단하고 과학자들이 치료법을 연구할 수 있도록 게임을 제작했다. 
 
이를 위해 ‘씨 히어로 퀘스트’는 도이치 텔레콤, 알츠하이머 리서치 UK,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이스트 앵글리아 대학 등 연구 파트너들이 개발 과정에 참여했다. 이들의 발표에 따르면, 총 430만 명 이상의 유저가 ‘씨 히어로 퀘스트’를 즐기고 있으며, 0.5초마다 데이터를 변환하는 작업을 통해 2분의 플레이에서 5시간 분량의 연구 데이터를 확보 가능하다. 현재 이들이 확보한 데이터는 무려 17,600년의 연구 시간이 소요되는 분량에 달한다.

 

 

특히 ‘씨 히어로 퀘스트’를 활용한 연구는 알츠하이머 조기진단 분야에서 놀라운 성과를 도출했다. 일반적으로 알츠하이머 환자들은 가장 먼저 방향감각을 상실하는데, 해당 게임에서 한 번 방문한 지역을 가기 위해서는 지도나 안내 없이 유저의 기억에 의존해야한다. 이에 따라 이스트 앵글리아 대학 연구팀은 50세에서 75세 사이 영국인 유저 27,108명의 데이터를 유전자 테스트를 마친 60명의 소그룹 실험 결과와 비교했다.

그 결과, 알츠하이머 발병률이 일반인에 비해 3배 이상 높은 APOE4 유전자를 보유한 31명의 소그룹 참가자는 ‘씨 히어로 퀘스트’ 내에서 항해기술이 현저히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반 면, APOE4 유전자를 보유하지 않은 참가자들은 27,000여명의 평균과 동일한 점수를 획득했다. 두 집단의 차이는 좁고 미로 같은 공간보다 넓고 개방적인 공간에서 보다 두드러졌다. 즉, 단순한 게임 플레이만으로도 잠재적 알츠하이머 위험군을 미리 진단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연구팀은 “뛰어난 항해능력이 없다는 것이 무조건 알츠하이머 발병률이 높다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출처=‘씨 히어로 퀘스트’ 웹페이지

더불어 ‘씨 히어로 퀘스트’는 19세 이후부터 사람들의 방향감각이 조금씩 떨어지며, 남성과 여성의 방향감각에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는 연구결과도 얻었다. 해당 데이터에 따르면 남성이 여성보다 뛰어난 방향감각을 소유하고 있으나, 성 평등 지수가 높은 국가일수록 성별 차이가 없었다. 이외에도 미국이나 호주, 뉴질랜드, 북유럽 등 GDP가 높은 국가 유저들의 항해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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