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BBC VR스튜디오 폐쇄 후폭풍 불까
구글, BBC VR스튜디오 폐쇄 후폭풍 불까
  • 안일범 기자
  • 승인 2019.10.21 1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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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과 BBC가 VR스튜디오를 폐쇄하면서 일선에서 후퇴, VR시장 공략을 중단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양사는 각각 구글 데이트림과 BBC VR스튜디오를 폐쇄하고 당분간 신규 프로젝트를 진행하지 않겠다고 선언해 관련 행보에 관심이 집중된다. 

구글은 지난 2015년 구글 카드보드 보급을 시작으로 VR시장에 발을 담궜다. 당시 세계적인 VR열풍을 주도하는 기업 중 하나로 이름을 올리면서 파격적인 비즈니스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관련 기술이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스마트폰 VR'시대가 열렸고 이로 인해 삼성 기어VR과 같은 기기는 전 세계 500만대 판매고를 올리는 등 시장을 성공적으로 열었다는 평가다. 이에 고무된 구글은 이어 자체 HMD제작에 돌입, 이른바 '데이드림' 프로젝트로 시장 진입에 나선다. 이어 오울캐미스튜디오와 같은 굵직한 개발사를 인수하고 신규 프로젝트 개발에 돌입하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데이드림 프로젝트는 경쟁사인 HTC나 오큘러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진한 판매량을 기록했다. 관련 콘텐츠를 즐기는 유저들이 하이엔드급 콘텐츠를 선호하는 가운데 비교적 낮은 스펙으로 시장을 공략하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이어 영상 기업들과 게임 개발 기업들이 타 플랫폼으로 집중하면서 사실상 비즈니스 기회를 잃게 됐다는 평가다. 이에 관련 팀들이 해산하는가 하면 분야 소속 개발진들이 이직하기 시작하면서 스튜디오는 폐쇄수순을 밟는다. 지난 10월 15일 공식적으로 '데이드림' 프로젝트는 종지부를 찍는다. 


BBC는 자사팀을 활용해 각종 VR영상과 다큐멘터리 등을 보급하면서 승승장구하던 기업이다. 일부 콘텐츠들은 2018년 영화제에서 수싱키도 했고, 관련 게임을 개발해 글로벌 시장에 보급키도 했다. 자사 킬러콘텐츠 중 하나인 '닥터후' 시리즈를 비롯 다양한 IP들이 투입되면서 공격적인 행보에 나서기도 했다. 이를 통해 명성을 쌓는데는 성공했지만 현실적으로 매출을 거두는데는 크게 기여하지 못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일례로 '닥터후'VR게임 시리즈는 차트 100위권에도 이름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처참한 성과를 거뒀다. 앞서 '닥터후'시리즈 마니아들이 외부적 요인으로 드라마 자체에 반감을 드러내면서 후속 콘텐츠들이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외부 기업들과 이벤트 형식으로 낸 방탈출 게임들이 일부 성과를 거뒀지만 스튜디오 전체를 견인할만한 매출은 거두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확인결과 두 기업 모두 시장을 완전히 떠나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구글은 AR시스템을 대폭 확대해 다른 형태로 시장 공략에 나선다. 자사 검색 엔진에 AR소스를 검색할 수 있도록 기능을 추가하는 것으로 방향성을 잡았다. 이를 통해 콘텐츠를 쌓고, 흐름을 손에 쥔다면 중장기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란 계산이다. 페이스북, 애플을 비롯 대형 기업들이 AR HMD를 준비하고 있는 만큼 이에 좀더 집중하면서 시장에 접근하는 전략이다. 

BBC는 외부 개발팀과 협업해 자사 IP를 활용하는 방향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베테랑 VR게임 제작사들에게 IP를 공급한 뒤 콘텐츠를 개발하는 방법을 택했고, 관련 콘텐츠들이 올해말 글로벌 시장에 출시될 전망이다. 이 외에도 월드컵, 선거방송 등에 VR을 도입할 계획으로 VR과 연결고리는 놓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양사 소식에 정통한 한 분야 전문가는 "두 기업 모두 중장기 시장을 보고 투자를 했지만 보드진(이사진)들이 압박(매출)이 심해 폐쇄를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그는 "각 기업소속 일부 리더급 개발자들은 이미 투자를 받아 VR기업들을 설립하는 등 이미 방향을 정했다"며 "자금 확보 과정에서 직간접적으로 각 기업들이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양 기업은 직접 공략 보다는 한발 물러선 방식으로 시장에 진입하는 방식을 택한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두 공룡이 스튜디오 폐쇄를 결정한 점은 VR시장에는 단기적 악재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스튜디오들이 동시에 압박을 받게 될 것으로 보여 연이은 도산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는 추세다.

반면 이 시점을 오히려 찬스로 보는 이들도 존재한다. 이들은 두 기업이 적자 상태를 유지하는 점은 오랜기간동안 익히 알려진 문제여서 시장 쇼크가 덜하다고 말한다. 오히려 각 기업 소속 인재들이 유출됨에 따라 시장을 재편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구글과 BBC소속 개발 전문가들과 촬영 전문가 등 인재들이 고용 시장에 나옴에 따라 인력부족을 해소하고, 새로운 비즈니스를 열 기회를 찾는 기업들도 있을 것이란 관측도 공존한다.

양 측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는 가운데 VR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지장 없음' 의견이, 시장 외부 시각은 '단기적 영향 있음' 의견이 힘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 관련해 타 기업들의 대응이 초미의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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