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만났다' 제작 비브스튜디오스 이현석 감독 … 기술이 사람과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 됐으면
'너를만났다' 제작 비브스튜디오스 이현석 감독 … 기술이 사람과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 됐으면
  • 안일범 기자
  • 승인 2020.02.06 15: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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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마음을 치유할수는 없겠지만 적으도 조금이나마 위로가 됐으면 합니다. 기술은 언제나 사람을 향해 있고, 기술이 사람과 좀 더 가까워 질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 프로젝트를 수락했습니다."

비브스튜디오스 이현석 감독(PD)

오는 6일 밤 10시 5분에 방영될 MBC 특집 VR 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는 병으로 딸 나연이를 떠나 보낸 엄마를 주인공으로 담는다. 못내 아쉬움이 가득한 엄마를 위해 제작진은 가상현실 속에서 나연이를 만들어 냈고, 엄마와 나연이를 만날 수 있도록 했다.

꿈만 같은 일들이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기술 기업들의 자문이 필요했다. 그리고 이 일을 수락한 기업이 비브스튜디오스다. 비브스튜디오스는 VR영화 '볼트:혼돈의 돌'과 같은 콘텐츠가 호평을 받았고 중국과 북미 등에서도 초청될 정도로 실력을 인정 받은 기업이다. 실사에 가까운 CG와 VFX기술은 영화와 CF계에서 오랫동안 실력을 인정받은 팀이다. 나연이를 가상현실로 옮기는데는 이들의 역할이 가장 컸다. 

비브스튜디오스는 가상현실 세상에서 나연이를 살리기 위해 자료를 수집하는 과정 부터 밟았다. 영상 자료와 음성자료 등을 철저히 확인해 구현하고자 했다. 일반적으로 '디지털 휴먼'을 구현하는 과정은 대상을 사진으로 촬영하고 가상현실로 옮긴 뒤 음성 자료등을 붙이는 과정을 한다. 그런데 이번 작업에는 대상이 이미 세상을 떠나 있는 상황이다. 사실상 하나부터 열까지 작업을 해야하는 부분이다. 난이도가 높은 과정이 뒤따른다.

"자료가 있었지만 현실적으로 쓰기가 쉽지 않은 것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보정 작업이 많이 필요했습니다. 나연이와 최대한 나이대가 비슷한 모델들을 고용해 뼈대를 잡고 추가적으로 CG작업을 가동하면서 보조 작업을 계속 해야 했습니다. 여기에 모션캡쳐 연기자의 도움을 빌어 나연이와 최대한 닮게 제작하고자 했습니다."

개발이 끝나고 나니 곳곳에서 문제점이 튀어 나왔다. 가장 큰 문제점은 퀄리티다. 퀄리티를 가능한한 높게 제작한 점이 발목을 잡았다. 살아있는 인간처럼 작업을 하고 나면 VR화면에서 굉장히 '끊기는' 문제점들이 대두됐다. 가능한한 최고 사양 PC를 동원했지만 답을 내지 못했다. 결국 퀄리티를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후보정 작업이 뒤따랐다. 일반적으로 퀄리티를 끌어 올리기위해 후보정을 하지만, 역으로 낮추기 위해 후보정을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다. 

"아무래도 어머님과 나연이가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인터랙션(반응)을 주고 받아야하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기존 그래픽대로라면 인터랙션이 이뤄지지 않을만한 정도였죠. 실시간 인터랙션에 신경써야하는 문제가 있따보니 또, 화면으로 보는 캐릭터와 가상현실 속에서 보는 캐릭터가 확연히 다르다 보니 이 점도 작업할 때 어려운 점으로 남았습니다."

총 제작기간은 7개월이 걸렸다. 새로운 도전은 늘 어려움이 따르기 마련이니 별 수 없는 일이다. 현실적인 문제가 더 궁금했다. 이들은 국내 최정상급 팀이다. 이들이 보내는 시간은 금과 같다. 보통 업계 기준으로 하이퀄리티 영상은 분당 억단위가 훌쩍 넘어가는 제작비를 받는다. 그런데 기자간담회에서 확인 결과 프로젝트 전체 금액이 1억원. 가상현실 속에서 나연이를 구현하는 작업은 그 절반에 가까운 금액이라고 한다. 

"돈을 바랬다면 안했겠죠. 그런 문제가 아닙니다. 저희는 한 가족을 위로하기 위해 작업을 했다고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희는 이번 프로젝트로 VR이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는 역할을 하는 콘텐츠나 기술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었다는데 의의를 두고 있습니다."

제작진도 프로젝트 과정에서 고민이 깊었다고 한다. 어떤 이들은 프로젝트에 거부감을 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강행할 수 있었던 것은 어머니의 마음 때문이다. 어머니는 못내 딸을 보내면서 아쉬움이 많았다고 한다. 나연이가 세상을 떠나던 날 병상을 발로 자꾸 차는 모습을 보여줘, 이를 혼내는 말을 계속 하다가 나연이를 잃었던 점이 응어리로 남아 있었다. 꿈에서나마 나연이를 보고 미안한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고 했다. 이 마음이 제작진에게 전달됐고 프로젝트는 다큐멘터리가 됐다. 

"기술이 좀 더 좋은 쪽으로 발전하면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도 쓰일 수 있을 것입니다. 누구나 좋은 사람이라고 판단하는 위인이나 선한 사람들을 복원해서 그 사람이 많은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그림도 가능합니다.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아티스트를 디지털로 복원해 콘서트 퍼포먼스를 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즐거워하고 감동을 받을 수 있다면 공익적인 부분에서 기술이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요."

2월 6일 본 방송이 나간 이후 나연 엄마는 블로그를 통해 제작진에게 감사인사를 전했다. 시청자들은 위로의 말을 건넸다. 못내 아쉬움이 남는 이별. 못다한 말을 끝낸 나연 엄마는 조금은 짐을 덜었을까. 나연이와 가족을 위한 콘텐츠에 고마워해주는 가족들을 보면서 이 감독과 비브스튜디오스 팀원들도 함께 울었었다고 한다. 기술이 누군가에게 위로를 건네고,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도 의미 있었던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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