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매싱 더 배틀' 개발자 한대훈 대표 "한번 해보세요! VR게임 개발 재미있는 분야입니다"
'스매싱 더 배틀' 개발자 한대훈 대표 "한번 해보세요! VR게임 개발 재미있는 분야입니다"
  • 안일범 기자
  • 승인 2016.03.23 17: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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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아파트 단지였다. 버튼을 눌렀더니 아름다운 여성 목소리가 흘러 나온다. 그럴리가 없었다. 분명히 한대훈 대표는 자타가 알고 있는 1인개발자다. 다시한번 번호를 확인한다. 분명 맞았다. 설마 설마했는데 그랬다. 개발자 한대훈 대표 와이프셨다. 찰각 문이 열리고 한대훈씨가 웃으며 맞이한다. 움찔한다. 꼬마 숙녀가 '안녕하세요?'하고 배꼽 인사를 한다. '안녕하세요' 반갑게 인사하고는 방으로 들어 간다.

실은 개발사라기 보다는 친구집에 놀러간 느낌이었다. Xbox박스가 굴러다니고 오큘러스 리프트 상용화 박스가 구석에 놓여 있고 전시장에는 피규어가 들어 있다. 30대 중반에 친구집에 놀러간 경험이 있는 사람만이 공감할 수 있는 기분이 스물스물 올라온다. 벽을 보자 '스매싱 더 배틀'로고와 일러스트들이 잔뜩 붙어 있다. 언제봐도 저 일러스트들은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제서야 개발사에 온 것 같은 기분이다.

"이제 떼려고요"

대뜸 한대훈 씨가 말한다. 깜짝 놀랬다. 잘 만든 일러스트에 성공한 개발작품인데 뗀다니 쉽게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는 이제 조금 쉬고 싶단다. 정리를 하고 쉬었다가 다음 작품을 준비하기 위해 일러스트들을 떼려 한다고 했다.

"1년동안 개발했으니까요. 너무 오래했어요. 원래 3개월만에 완성하려고 했던 작품인데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이것 저것 추가하다가 6개월, 9개월 그리고 1년을 채웠습니다."

그렇다 해도 잘 만든 작품을 뗀다는 것은 쉽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어쩌면 작품활동이 괴로웠던 것은 아니었을지 궁금해졌다.

"아니에요 VR게임 개발 정말 재미있게 했었습니다. 오히려 재미있다보니 더 고민하고 더 개발하고 하다가 원래 계획을 지키지 못했으니까요."

한마디가 머리를 강타한다. 개발이 재미있다는 이야기를 언제 마지막으로 들었을까. 순간 준비해간 질문들이 머릿속에서 사라진다. 사실 오큘러스 출시 이야기와 돈 이야기를 할 참이었다. 그에게는 그런 말이 필요 없는듯 했다. 대뜸 무엇이 가장 재미있었느냐고 물었다.

"어려운 답변이네요. 다 재미있었어요. (편집자 주:하늘이 노래진다) VR기기 쓰고 난 다음에 제일 재미있었던 건, 제가 만든 캐릭터를 바로 앞에서 쳐다 볼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언제 또 그런 기회가 있겠어요."

충분히 공감할만한 답변이다. HMD를 쓰고 '스매싱 더 배틀' 캐릭터를 지켜보고 있으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만지고 싶다'. 분명 그에게도 그런 감정이 있었으리라. 얼마전 그는 자신의 캐릭터를 피규어로 제작해 전시하기도 했다. 만져 봐도 돼냐고 물으려다가 재빨리 정신을 수습했다. 일단 게임을 보여달라고 했다.

그가 개발한 게임 '스매싱 더 배틀'은 3인칭 시점에서 진행되는 액션 게임이다. 아름다운 공대 아가씨들이 등장하는데 수준급 퀄리티를 자랑하는 캐릭터다. 소위 '룩덕'들이 한 번 보면 열광할 수 밖에 없는 캐릭터들이 화면을 차지한다. 멀리서 보면 살아있는 피규어가 움직이는 듯한 인상을 받고, 가까이 다가가면 역동적인 움직임을 선보여 준다. 가만히 세워만 놔도 이쁜 캐릭터인데 이리저리 움직이니 심장이 덜컥 내려 앉는 기분이다. 옆에 인터뷰 대상이 없었더라면 시점을 좀 더 낮춰 아래에서 위를 바라봤을터다.   

게임은 층(레이어) 구조로 짜여진 스테이지를 옮겨다니며 진행된다. 등장하는 로봇들을 한 데 묶고 강력한 스킬을 써서 한방에 잡는 재미를 피력했다. 날아오는 공격을 회피해 SP게이지를 쌓고, 게이지가 차는 순간 기술을 한방 먹이면 화면이 깨끗하게 청소된다. 점프 공격을 통해 회피하면서 HP를 깎도록 만든다거나, 적들을 한 곳에 모으는 노하우 등이 필요한 게임이다.

게임을 하는 내내 신기했던 점은 전혀 피곤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시야가 흔들린다거나 눈이 아프다거나 어지러운 기분이 전혀 들지 않는다. 약 20분동안 HMD를 끼고 플레이 했지만 전혀 문제가 없었다.

그가 조심스레 소감을 묻는다. 침대에 누워서 할 수 있는 게임이라 답했다. 세팅값을 약간만 조절하면 이 만큼 편한 게임이 또 없을듯 했다. 한대훈씨는 고민을 많이 한 결과라고 답했다.

"사실 VR에 그리 긍정적인 편은 아니었어요. 대체 VR을 왜해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VR버전으로 처음 포팅을 해보니 이게 또 괜찮더라고요. 이것 저것 만져가면서 테스트하고 그 때 마다 괜찮은 결과물이 나와 주니 계속 하게 되더라고요"

매 번 테스트를 하고 결과값을 뽑을 때 마다 그는 새로운 도전 과제를 얻었다. VR게임 개발의 노하우를 조금씩 쌓기 시작한 셈. 그리고 그는 그 과정이 정말 재미있었다고 말한다.

"제일 공을 들인 부분은 UX부분입니다. 원래 모바일게임으로 타이틀을 내려다 보니 UI가 여기저기에 막 붙어 있었어요. 이걸 포팅하다보니 캐릭터와 원근감이 맞지 않고 시선이 막 돌아가더라고요. 그래서 이걸 수정하기 위해 여기 붙였다 저기 붙였다 없애도 봤다가 조금 밀어도 보고 당겨도 보고 하면서 수 없이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그가 가장 고민했던 부분은 카메라 부분이다. UI용 카메라와 캐릭터 카메라를 따로 배치해두면 원근감이 생기면서 몰입감이 완전히 떨어져 버린다는 이야기다. 어지러움증이 배가 된다고 그는 설명키도 했다. 때문에 일일히 테스트를 해 가며 가장 어지러움증이 덜한 세팅을 추구했다.

"사실 제 게임이 그렇게 친절하지는 않아요. 일반적으로 화면에 가득차게 데미지가 뜨기도 하고 콤보를 쓰는 타이밍을 설명한다거나 난관을 돌파하는 방법을 알려주지 않습니다. 과거 콘솔게임이 그렇게 개발을 했고, 저도 그 느낌을 따라가고자 노력했습니다. 게이머들이라면 이런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클리어)해낼 것이라 믿습니다"

그는 코지마 히데오의 팬이라고 한다. '메탈기어 솔리드'에서 등장했던 깨알같은 패러디 요소들에 감명을 많이 받았다고 그는 말한다. 온갖 불편한 버그가 있더라도 오히려 그것을 즐거움으로 승화시키고, 더 재미있는 포인트를 찾아 만들어 나가는 유저들이 있다는 것을 그는 믿는다.

"원래 그런(코지마 히데오 스타일의) 개그 요소들을 좀 더 집어 넣고 싶었어요. 예를들어 두번째 캐릭터인 마리 루시를 해커로 설정해서 박스를 해킹하면 뭔가 재미있는 것들이 튀어나오는 설정을 넣으려고 했는데 캐릭터 형평성때문에 배제하게 된게 아쉽습니다. 다음 번 작품을 개발하게 되면 개그들을 좀 더 집어 넣어볼 생각이에요."

그는 다음 작품도 VR개발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말한다. 이번에는 팀을 이뤄 제대로된 콘텐츠를 개발해 보고자 한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스매싱 더 배틀'은 기존 게임들과는 조금 다른 문법을 시도한 게임이에요. VR은 1인칭이 대세라고들 말씀하시지만 '스매싱 배틀'이 보여주는 입체감도 나름대로 재미있는 작품일거라 믿어 개발했습니다. 세계적인 개발사들은 VR기술들을 연구해 흥미로운 게임들을 내놓고 있고, VR기술들을 멋지게 활용한 '데미지드 코어'나 '불릿 트레인'과 같은 게임들은 기존 게임 장르들을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해석하고 있거든요. 저도 그런 시도를 계속 해 나가면서 더 멋진 작품을 개발하고 싶습니다"

물론 아직 '어른들의 사정'이라는게 남아 있다. 1년가까이 퇴직금으로만 버티고 있는 그이기에 '돈'이야기를 안할수는 없는 노릇이다. 오는 3월 29일 새벽2시에 게임 판매가 정식으로 시작되는 관계로 이에 대해 묻지 않을수는 없었다.

"사실 밖으로 잘 안나돌아 다니는 이유도 있습니다. 돈을 써야 하니까요. 와이프가 돈을 벌고 저는 퇴직금으로 유지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눈치가 보일 수 밖에 없죠. 가장 역할을 제대로 못하는건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그래서 이번 론칭에서 소기의 성과는 거뒀으면 합니다. 먹고 살만큼은 벌고 싶습니다."

우리나라가 VR 개발에 뒤쳐져있다고 이야기하고 콘텐츠가 없다고 이야기하는 이들이 지금도나온다. 사실 조금만 주위를 둘러 보면 VR콘텐츠를 개발하는 회사들 수십개를 발견할 수 있는데도 말이다. 국내에서 오큘러스 리프트 론칭 타이틀로 2개 게임이 선정된 것만 봐도 그렇다. 

"존 카맥이 행사장에서 한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VR에서 가장 힘든 부분은 개발도, 마케팅도 아닌 '관심'이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습니까."

2시간 30분이 걸린 인터뷰다. 이렇게 인터뷰를 길게 해 본 적은 손에 꼽는것 같다. 문을 열고 나서는 순간 공기가 심상찮다. 그 어색함이란... 별 수 없다. 염치 불구하고 일단 나가기로 한다. 꼬마 숙녀가 방긋 웃으면서 이야기한다. "뚱보아저씨다!". 활짝 웃으며 "안녕히 가세요"라고 이야기하는 세 사람을 뒤로 하고 건물 밖을 나섰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순간 누군가의 울음 소리가 들렸던 것 같은건 착각일까. 달이 참 밝은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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