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인터넷 찌질이의 세계 정복 프로젝트
[칼럼] 인터넷 찌질이의 세계 정복 프로젝트
  • 안일범 기자
  • 승인 2016.04.22 17: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11년 한 가상현실 커뮤니티에 글을 올린 소년이 있었다. 그는 '가상현실 헤드셋'을 만들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다. 때 이른 소리에 아무도 그를 믿지 않았다. 단지 그 소년은 흔한 인터넷 커뮤니티의 놀림거리 중 하나였을 뿐이다.

그런데 불과 몇 주 뒤 그 소년이 실제로 HMD를 개발한 프로토타입을 사진으로 올리기 시작했다. 이 때까지도 사람들은 그를 믿지 않았다. 얼마 뒤 실제로 그 프로토타입을 테스트한 사람들이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그는 이제 인터넷 커뮤니티의 '네임드'쯤 되는 인물로 부각한다.

수 많은 개발자들이 이 헤드셋을 보고 경악했다. 누구나 이 헤드셋을 갖고 싶어 했고, 테스트해보고 싶어 했다. 그런 이들이 점차 늘어나자 소년은 킥스타터를 통해 펀딩을 결정했다. 단순히 더 많은 이들에게 자신이 만든 헤드셋을 보여주기 위한 계획이었다.  그리고 그 펀딩은 역대급 성공을 거둬들이며 돌풍을 만들어 낸다.

그 헤드셋 프로토타입이 존카맥에게 들어가고, 마크 주커버그가 이들을 만나면서 부터 그는 다른 의미의 전설이 된다. 마크 주커버그는 그를 만나면서 '이 헤드셋이 제대로 나오기 위해서는 뭐가 필요한가'라고 질문했고 전설의 소년은 '돈'이라 답했다. 그 돈이 2조원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지만 말이다.

 '돈'을 얻은 소년은 더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헤드셋을 보여주기를 원한다. 그들의 목표는 이제 세상을 지배하는 악의 축(?)이다.

(초기 오큘러스 데모에 숨어 있는 그들의 '가상현실 본부'는 용암이 흐르는 대지 위에 건설돼 있다. 영화에서 항상 가상현실을 다루는 기업들은 '악의 축'으로 표시된다는 점에서 그들 나름대로 패러디한 개그다)

그리고 그가 그토록 염원하던 두 번째 꿈을 향해 나아간다. 당신이 돈 많은 인터넷 찌질이 출신 오타쿠라면 무엇을 하겠는가? 열에 아홉은 상상 해봤을듯한 그 프로젝트를 현실로 옮긴다.

일반적인 인터넷 찌질이에게 200억원을 준다면 게임을 만든다. 2천억을 준다면 게임사를 인수할 꿈을 꾼다. 그런데 2조원을 준다면? 그렇다. 전설의 그 남자는 게임기를 만들려 한다.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와 경쟁할 수 있는 물건을 만들어 내고 아주 쿨한 무대에 서서 수십개 라인업을 융단 폭격하는 꿈을 그는 갖고 있다.

그가 개발하는 기기에 엄청난 사운드 프로세서가 들어 가는 것도, GTX970급 프로세서가 필요한 이유도, 멋들어진 콘트롤러가 필요한 이유도 바로 그래서다.

그런데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쿨한 기계'를 내놓았지만 개발자들은 움직이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가 그랫듯 '돈'의 논리에서다. 몇 대가 팔렸는지, 얼마를 벌 수 있는지를 입증하지 못한다면 '쿨한 개발자'들은 움직이지 않는다.

이제 주커버그가 이 남자를 찾았듯, 이 남자는 이제 자신에게 '쿨한 라인업'을 선사해 줄 사람들을 만나 떠돌아 다녀야 하는 시기를 맞이한다. 

그러나 그는 주커버그가 아니었다. 그는 '찾아 나서기'보다 '가만히 앉아' 개발자들을 기다리는 것 처럼 보인다. 더 좋은 라인업을 찾기 위해 만방으로 뛰어다니기는 모습은 쉽게 포착되지 않는다. 그 때문일까. 론칭 첫달 그가 준비한 라인업은 혹평에 시달린다. 그가 꿈꿨던 콘솔 제국을 일으키기에는 터무니 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여전히 그는 자리에 앉아 '쿨한 게임'이 터져 주기를 기다리는 것 처럼 보인다. 그가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 처럼 말이다.

불 과 몇년 사이 이 남자는 인터넷 찌질이에서 신데렐라가 됐다. 그야말로 '역대급 행운아'리스트에 이름을 올려도 될만한 성공을 거둬 들었다. 실은 '역대급 행운아'들은 지금까지 몇명이나 있었다. 그리고 그 수 많은 실리콘벤쳐 스타들이 그랬듯 그 운을 다한 뒤 쓰러저 버리는 인물들도 수도 없이 많다.

과연 그는 이름 그대로 운이 좋았던 것일까. 아니면 이제 실력을 바탕으로 뭔가를 해 내 보일 것인가. 이 다음 페이지는 아직 쓰여지지 않았다.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