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시현상 이용해 VR공간 설계 … 방 크기가 수십배로
착시현상 이용해 VR공간 설계 … 방 크기가 수십배로
  • 안일범 기자
  • 승인 2016.07.11 17: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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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의 착각 활용해 이동 범위 늘려

카드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마술을 한 번 해볼까 한다.

여기 카드 다섯장이 있다. 이 중 한가지 카드를 기억해 보자. 스크롤을 내리기 전 각 카드를 주의깊게 바라보고는 문양과 색상을 기억하자.

분명히 스크롤을 내리다 보면 당신이 기억한 카드는 사라져 있을 것이다. 아주 간단한 카드 트릭이면서 뇌의 인지부조화를 설명하는 유명한 사례로 지금까지도 널리 쓰이는 트릭이다.

사람들에게는 누구나 '뇌'라는 것이 존재한다. 이 뇌는 머릿속 깊은 곳에 숨어서 명령을 내리는 역할을 담당한다고 한다. 이 때 눈이나 손, 냄새 등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다시 활용해 판단하는 기능을 수행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런데 뇌가 반드시 정확하다고 볼수만은 없다고 한다. 소위 '착시현상'이 발생하는 것도 그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기억해 둔 카드를 찾았을까? 짜잔 하고 소리를 내며 마술의 위대함을 설명하고 싶지만 알고 보면 허무하다.

에반 슈메 로젠버그 교수(이하 에반 교수)는 이 '착시현상'을 이용해 가상현실 환경에서 실험한 내용을 9일 공개했다.

에반 교수는 최근 서서 가상현실을 즐기는 체험형 기기들이 가정에 보급된 점을 주목했다. 일반 가정에서는 많아봐야 1평 남짓한 공간에서 가상현실을 즐기게 되는데, 게임 속 세상은 그보다는 훨씬 크다는 점이 문제였다. 때문에 그는 좁은 공간에서도 넓은 공간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찾아내기 위해 연구에 연구를 거듭했다.

슈마 교수는 방으로 된 구조물을 이용해 시스템에 적용했다. 여러 방이 이어진 오피스텔형태의 구조물들을 두고 시험자가 이 방 사이를 걸어다니도록 했다. 시연자는 방문을 열고 들어가서 정면을 바라보고 상호작영을 한 다음 뒤를 돌아 나온다.

이 때 기가박힌 반전이 있다. 영상을 자세히 보면 시연자가 뒤를 돌기 시작할 때 문의 위치가 바뀌어 버린다. 오른쪽 영상에서 벽에 가깝게 걸어가던 시연자는 문쪽으로 다시 나와, 한바퀴를 또 돈다.

카드 마술에서 다른 이미지 한장을 보여주면 그 사이 장면을 기억하지 못하듯, 방 안 풍경을 비춰주면서 그 사이 문의 위치가 변화됐다는 점을 기억하지 못하도록 만든 셈이다.

예를들어 유저가 지금 선 위치에서 북쪽으로 4발자국 걸어서 들어간다. 서쪽으로 몸을 틀어 문을 열고 다시 4발자국 걸어서 방안에 들어간 다음에 남쪽으로 4발자국 걸으면서 방을 구경한다. 뒤를 도는 시점에 문은 반대편에 형성돼 있다. (북쪽으로 4발자국 걸어간 거리기 생략된다)

정해진 구간을 반복해 돌지만 보여지는 영상 속에서는 새로운 방이 계속 보여지기 때문에 시연자는 문제 없이 체험할 수 있다.

얼핏 보기에는 제자리 걸음을 반복하는 영상처럼 보이지만 뇌과학이 숨어 있다.

슈마 교는 "전체 75명을 테스트했고 이중 단 한명만 문이 다른쪽에 형성된다는 사실을 눈치챘다"라며 "대부분 시연자들은 시연을 끝마치고 끝 없이 걸어다니게 된 점에 당혹스러워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현상이 가능한 이유는 뇌의 착시효과 때문이다. 슈마 교수는 "특정 화면을 계속 보고 있다가 잠깐 검은 화면을 비춘 뒤 다음 화면을 보여주면 대다수 인간의 뇌는 인지하지 못하는 현상이 있다"고 설명한다. 사람들이 특정 사물을 볼때 세부적인 것들을 기억하지 않고 전체적인 분위기를 인지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착시효과'가 발생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슈마 교수는 "가상현실세상에서라면 문을 뚫고 나가든, 좌우가 변하든 물리법칙에 관계 없이 독자적인 세계를 형성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며 "유저들이 인지하지 못하는 공간에서의 변화야 말로 가상현실의 새로운 발전을 이끌어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슈마 교수는 이같은 기술들을 적용한 솔루션을 개발 및 공급중이다. 첫 버전으로 유니티로 개발된 프로토타입을 준비했으며 관련 툴킷은 홈페이지(http://projects.ict.usc.edu/mxr/rdwt/)를 통해 받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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