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 전시회 개최 “이상한 나라 ‘가상현실’의 앨리스가 되다”
VR 전시회 개최 “이상한 나라 ‘가상현실’의 앨리스가 되다”
  • 민수정 수습기자
  • 승인 2016.08.16 16: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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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이상한 세계로 떨어져 홀로 고군분투해야했던 한 소녀의 모험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미지의 세계는 우리의 생각처럼 그저 신비롭고 아름답지 않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두렵고 낯선 것일지도 모른다. ‘앨리스’가 홀로 경험해야 했던 것처럼 말이다.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에서는 7월 14일부터 10월 16일까지 가상현실(VR) 전시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 가상현실’을 개최했다. 이번 전시는 VR과 예술의 연결을 주제로, 다수의 작품들을 선보인다. 특히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가상현실 기술로 재해석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를 통해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첨단 과학 기술을 더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했다.

IN: 어서와 ‘가상현실’은 처음이지?

관객을 가상현실로 안내하는 이 전시의 도입부인 ‘IN파트’의 작품은 금민정의 <2분 24초의 미장센>, <숨 쉬는 문>, 문준용의 <확장된 그림자>, 홍범의 <다섯개의 방> 등으로 구성됐다.
그 중 흥미로운 작품은 <2분 24초의 미장센>이다. 전시회장을 진입하자마자 관람객들은 쉴 새 없이 째깍거리는 괘종시계와 마주하게 된다. 마치 동화 속 회중시계를 든 토끼를 연상케 한다. 이 괘종시계를 뜯어보면 응당 시간을 표시할 공간은 비어있고 시계추는 이공간(異空間) 속에 한가로이 흔들린다. 거기에 벽면을 가득채운 톱니바퀴 맞물리는 영상과 어지러울 만치 째깍거리는 소리를 듣고 있자니 현실감이 무뎌지는 느낌마저 든다.

조금 더 걷다보면 작품명부터 솔직한 <숨쉬는 문>을 만날 수 있다. 딱딱한 문에 생명력을 불어넣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가 느껴진다. 거친 숨을 내뱉으며 수축과 팽창을 반복하는 문을 열었다간 가상의 공간으로 빨려 들어갈 것 같은 상상이 든다.

 

SIDE: 익숙한 낯섦

어느새 ‘앨리스’가 된 관객들을 가상현실의 세계에 더욱 빠지게하는 ‘SIDE’파트에선 박여주 의 <트와일라잇존>을 만나볼 수 있다. 창에 래디언트 라이트 필름을 설치해 안에서 보는 창밖의 익숙한 풍경을 ‘낯설게’ 만들어 버렸다. 흡사 어릴 적 셀로판지 안경을 쓰고 바라 본 이질적 풍경이 떠오른다. 어쩐지 아주 익숙한 낯섦이다.

OUT: 부서지는 현실의 경계

‘앨리스’가 돼 신나게 가상현실을 엿봤다면 이제는 현실로 돌아갈 시간이다. OUT파트에선 오민의 <딸>, 원성원의 <일곱살-낯선 놀이터>, 카리나 스미글라-보빈스키의 <ADA>, 파블로 발부에나의 <site-study[corner] 등으로 구성됐다. 이중 인상적인 작품은 <딸>과 <일곱살-낯선놀이터>다. 공교롭게도 ‘앨리스’를 연상케 하는 두 소녀를 소재로 한 작품들이다.


우선 <딸>은 4분 가량의 비디오 작품이다. 그저 예쁜 소녀를 카메라에 담았을 뿐인데, 보는 내내 관객은 불편하다. 단지 클로즈업된 소녀의 표정이 밝지 못해서 뿐만이 아니다. 소녀는 끊임없이 종이로 무언가를 오리고 발돋움을 하며 어른흉내를 낸다. 찬장을 여니 식기구는 정신없이 흔들리고, 이윽고 아이는 자신이 만들어낸 종이로 몸을 뒤덮고 놀이를 하기 까지 이른다. 산만하고 불안하다. 작품의 제목인 <딸>과 연관 짓자면 애정결핍이 가득해 보인다.

<일곱살-낯선 놀이터>에서 어린 소녀는 홀로 낮잠에서 깨 희한한 풍경을 보게 된다. 혼란스러워하다 이윽고 모험을 떠나는 모습은 ‘앨리스’와 닮아있다. 작가는 콜라주 기법을 이용해 낯섬을 선사한다. 주목할 점은 작품 속 소녀의 얼굴이 무표정이라는 점이다. 새로운 모험을 경험하는 것에 대한 해석은 제각각이다. 보호자의 공백으로 홀로 낯선 곳을 떠나게 된 소녀의 얼굴을 ‘신났다’고 받아들이는 이가 있는가하면 ‘겁을 먹은 듯하다’고 받아들이는 이가 있다. 선택은 온전히 해석하는 사람의 몫이다. 이외에도 VR존을 통해 360도로 펼쳐지는 VR기기를 체험할 수도 있다.

이 전시는 VR을 어렵지 않게 풀어내 관객들의 흥미를 돋운다. 또한 여러 작품들을 통해 가상현실에 대한 관심을 과학 분야에서 예술까지 확장시켰다는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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