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이 닿지 않는곳에서 아파하는 이들은 위하여, '따돌림체험 VR'
눈길이 닿지 않는곳에서 아파하는 이들은 위하여, '따돌림체험 VR'
  • 민수정 기자
  • 승인 2016.12.13 18: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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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겐 누구에게나 잊지 못할 ‘기억’이란 존재를 갖고 있다. 좋은 기억은 되짚을 때마다 코끝을 간질이는 향기와도 같지만, 나쁜 기억은 그 존재만으로도 질식을 부르는 악취와도 같다. 기억조차 가물한 어떤 기억이, 누군가에겐 끔찍스런 악몽이 될 수도 있다. 장난을 빙자해서, 혹은 별 생각 없이 던진 독(毒) 같은 말에 상대는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안고 평생을 살아가게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로서 ‘집단따돌림’, 이른 바 ‘왕따’ 문제는 누군가의 인생을 파멸로 이르게 할 수도 있는 심각한 사회문제다. 이는 신체적·언어적 폭력을 비롯한 인권침해 및 학교폭력, 청소년 자살문제 등을 일으키는 주범으로서 개인적 차원을 넘어서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지만, 여전히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많은 피해자들이 신음하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집단 따돌림 문제의 해결을 위한 시작점으로 ‘역지사지’를 강조한다. 말 그대로 ‘상대의 처지’를 생각하는 것이다. 내가 장난삼아 던진 말이 상대의 목을 조르는 말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느끼고, 그러한 우(愚)를 범하지 않기 위해 상대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해 보는 것이다.

아래에 소개하는 영상 두 편은 훌륭한 영상기술이 동원되거나 촘촘한 짜임새의 내용은 아니다. 이 영상들의 공통점은 따돌림을 당하는 피해자의 입장이 돼 1인칭 시점으로 체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상대에게 모진 말과 행동을 했을 경우 그들이 느낄 ‘아픔’에 대해 생각해보고, 상대에 대한 ‘배려’를 다시금 곰곰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영상은 교실에서 시작된다. 수업이 진행되는데 앞에 두 친구들은 '나'를 보며 키득거리며 놀린다. 숙제를 베끼고 교과서가 없다며 '내' 책을 마음대로 가져가기도 하며, 실수인척 필통을 떨어뜨리고 지나가기도한다. 심한 경우 빵 심부름을 시키며 돈을 거슬러 오라고 하기까지 한다.

기자가 보면서 가슴 아팠던 부분은 이런 것들보다, 아무렇지 않게 하는 ‘가만히 있어’, ‘나대지 말아라’ 라는 말이었다. 차라리 짓궂은 장난이라도 걸어주면 좋으련만, ‘왕따와는 말을 섞어선 안 돼’라고 천진하게 웃으며 누군가를 소외시키고 고립시키는 이들의 말은 성인이 느끼기에도 매우 폭력적이다.

이 영상을 업로드한 유투버는 게시글에 학급 학생들과 상대방을 배려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따돌림의 아픔을 체험할 수 있는 VR 영상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또한 영상을 만들며 상대방을 배려해야 한다는 마음을 학생들과 함께 키울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소감을 남기기도 했다.

 

 


위 영상은 성남초등학교 학생들이 출연한  '따돌림 체험 VR' 영상이다. 아까는 책상에 앉아 수업중인 상황으로 진행되는 내용이었다면, 이번엔 '나'를 중심으로 괴롭히는 무리가 둘러싸고 있는 모양새다. 이들은 내색 없이 가만히 있을 뿐인데도 ‘나’에게 끊임없이 폭언을 가한다.

성인의 입장에서 이들이 하는 ‘바보’, ‘돼지’라고 놀리는 말의 수위 '자체'는 그리 심각한 수준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따돌림 당하는 아이에게 감정이입 돼, 본인도 모르는 새 울컥해버렸다.

또한 영상의 마지막 부분은 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 영상이 끝날 때 쯤 담임교사로 추정되는 이는 ‘나’에게 말한다.  "나가 놀아라, 그리고 일기 좀 써라. 왜 제대로 하는 게 없냐"며 피해자를 꾸짖고 이를 숨어서 지켜보던 가해자들은 조소한다. 문제에 대해 관심이 없거나, 아예 방관하는 태도다. 피해자에게 가장 힘이 돼 줘야할 존재인 담임선생님이 '나'를 경멸하고 벼랑끝으로 내몬다. 절로 절망스럽다.  


개인적으로 위 영상이 그저 '재미 요소'로서 읽히지 않길 바란다. 어린 날의 우리 주변에 있었던, 혹은 지금도 우리 곁에 존재할 지 모르는 이들의 아픔에 대해 고민해보고 자신의 언행을 되돌아보는 하나의 '계기'가 되길, 순진한 발상이지만 간절히 바라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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