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서 '포켓몬고' 체험해 보니 … 10분 걸어야 포켓스탑 2개 '지방러의 눈물'
수원서 '포켓몬고' 체험해 보니 … 10분 걸어야 포켓스탑 2개 '지방러의 눈물'
  • 민수정 기자
  • 승인 2017.01.31 1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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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몬고(Pokémon GO)’의 인기가 예사롭지 않다. 지난 24일 기습적으로 국내 출시된 ‘포켓몬고’는 출시 일주일 만에 양대마켓 매출 기준 2위와 700만 이용자를 돌파하는 등 기록을 세우며 연일 화제를 낳고 있다. ‘포켓몬고’의 인기요인은 익히 알려진 대로 강력한 IP파워 덕이다. 단순히 증강현실(AR)게임에 포켓몬 IP 하나 걸쳤을 뿐인데 많은 이들이 환호성을 보내고 있다. 또한 포켓몬 애니와 게임을 보고 자란 ‘포켓몬 세대’ 뿐만 아니라 더 넓은 범위의 연령대를 아우르며, 아이부터 어른까지 즐길 수 있는 ‘국민게임’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초등학생 시절 ‘포덕’으로 불리던 기자도 말로만 듣던 ‘포켓몬고’를 플레이해봤다.

이 게임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마성의 게임’이다. ‘포켓몬고’의 가장 큰 매력은 단연 ‘수집’에 있다. 매서운 추위에 주머니에서 손을 꺼내기 싫어하는 기자마저도 포켓몬 하나 잡자고 손이 얼어붙도록 핸드폰을 놓지 못하게 하는 재미가 있다. (안전사고 방지를 위해 포켓몬 등장을 알리는 진동이 오면 길 구석에 서서 플레이 했다)

‘수집게임’ 매니아인 기자도 이 매력에 푹 빠지고야 말았다. 도감만 다 채우고 삭제하겠다는 무의미한 다짐을 하며 플레이한지 8일차 현재, 기자는 약 5만원의 ‘현질’을 하고야 말았다. 한파로 도통 집 밖에 나가질 않으니 몬스터볼이 소진됐기 때문이었다. 설상가상으로 기자가 거주하는 수원엔 ‘포켓스탑’도 드물다. 집에서 최소 10분 이상 걸어야 포켓스탑이 두개 나온다.

5분에 한 번꼴로 포켓스탑에서 몬스터볼, 슈퍼볼을 얻을 수 있는 서울주민과 달리 지방에 거주하는 기자는 몬스터볼 구입에 돈을 써야했다. 누구는 거저 얻는 몬스터볼에, 누구는 돈을 써야하다니! 더러운 현실이다. 억울하면 서울 살라는 것인가. 놀라운 사실은 무려 천 개가 넘는 몬스터볼을 구입했음에도 금방 다 썼다는 사실이다. 포켓몬들의 강력한 반항(?)에 몬스터볼을 열심히 낭비한 결과다. 한 마리 잡자고 20개가 넘는 몬스터볼을 던지기도 했다. 개발사의 상술에 멋지게 넘어간 셈이다.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다. 잡히는 포켓몬도 다양하지 않다. 사는 곳이가 논밭이라 그런지 몰라도 어째 나오는 포켓몬마다 캐터피, 뿔충이, 콘팡과 같은 벌레들뿐이다. 간간히 삐삐와 이브이가 등장해 위안을 삼으려 했으나, 이마저도 서울에선 아주 쉽게 볼 수 있었다.

이유인즉슨 포켓스탑 주변으로 포켓몬들이 모이기 때문인데, 이를 통해 서울 도심지에서는 훨씬 다양한 포켓몬들을 잡을 수 있다. 차곡차곡 캐터피를 잡아 오박사에 팔아넘기기를 반복해 단데기를 거쳐 버터풀로 키워낸 기자와 달리 손쉽게 단데기를 잡아 진화시켰다는 서울사는 플레이어의 이야기를 들으면 절로 시샘이 든다. 단데기는 아무것도 아니다. 누구는 서울 명소에서 망나뇽을 잡았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죄다 나빼고 다 좋은 포켓몬을 가진 것 같다. 증강현실 게임마저도 ‘금수저’가 있는 것인가.

추운 날씨엔 좀처럼 밖으로 나가지 않는 편이지만 몬스터볼이 다 떨어진 관계로 집에만 있을 수 없었다. 신촌 전철역으로 이동하자 온 주변이 포켓스탑이었다. 가만히 카페에 앉아있어도 절로 몬스터볼이 수급되고, 여기저기서 포켓몬이 튀어나왔다. 향로를 피워도 가뭄에 콩 나듯 포켓몬이 등장하는 것과는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박탈감이 절로 든다.

이날 기자는 운 좋게 약한 포켓몬이 점령한 체육관을 발견해, 체육관을 차지하는 진귀한 경험을 해보기도 했다. 물론 10분도 안 돼 고레벨 유저에게 점령당했다.

게임을 약 8일 간 플레이해본 결과 느낀 점은 ‘역시 포켓몬IP’라는 것이다. 전 세계인들을 흥분시킨 ‘포켓몬고’의 인기는 결국 포켓몬 IP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포켓몬 트레이너가 돼 어릴적 추억에 빠져 포켓몬을 잡는 재미도 쏠쏠하다.

동시에 한계점도 명확하다. 앞서 강조했듯 서울과 지방 간 포켓스탑 갯수 차이로 인해 유저들로 하여금 상대적 박탈감을 일게 할 우려가 있다. 또한 ‘잡는 재미’에 치중한 이외의 콘텐츠가 부실하다는 느낌이 든다. 가령 유저들이 기대하는 유저 간 대결(PvP)의 경우 체육관을 통해 즐길 수 있으나 다분히 제한적이다. 저레벨 유저들이 즐기기엔 cp 2~3000대에 이르는 고레벨 유저들의 장벽이 너무 높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선 저레벨 유저들도 즐길 수 있는 요소들과 포켓몬 도감을 채워도 두고 두고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 업데이트가 필요하다.

포켓몬고를 플레이한 총평은 ‘재밌고 흥미로우나 아쉬움이 많다’는 것이다. ‘포켓몬고’의 인기가 앞으로 지속될지 반짝 인기에 그칠지는 모두의 생각처럼 유저들과의 꾸준한 소통과 추후 업데이트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나이언틱은 조만간 대규모 업데이트가 있을 것이라고 알린 바 있다.  '포켓몬고'의 인기가 계속해서 'GO' 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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