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에게 듣다①] EVR스튜디오 박재욱 이사, VR에 걸맞는 공간설계 노하우 편
[고수에게 듣다①] EVR스튜디오 박재욱 이사, VR에 걸맞는 공간설계 노하우 편
  • 임홍석 기자
  • 승인 2017.02.02 19: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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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콘텐츠를 제작에 필요한 다양한 문법과 법칙들이 생겨나고 있다. HMD 개발사에서 권장하는 지침서가 존재하고, 서점에는 VR콘텐츠에 대한 여러 책들도 출시되고 있다. 하지만 이 방법들의 대부분은 기존에 존재하던 3D콘텐츠 법칙들과 영상기법들에서 파생된 방식들이다. 아직 말 그대로 이론일 뿐, ‘VR의 정석’과 같은 법칙은 완성되지 않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각 개발사들은 자사의 콘텐츠에 걸맞은 새로운 방식을 연구하고 만들어가는 방식으로 해답을 찾는 중이다. 최고의 VR게임 기대작으로 손꼽히는 EVR스튜디오 역시 마찬가지다. 여러 가지 이론을 근간으로 하되, 끝없이 연구하면서 ‘프로젝트M’ 만의 방식을 찾아갔다. 그들의 해법은 무엇일까. EVR스튜디오의 박재욱 이사에게 ‘VR에 걸맞은 공간설계’의 노하우를 들어봤다.

EVR스튜디오의 '프로젝트M'

 

# 유저는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점프컷(주1)'을 이용하지 않는 영상 제작자들은 HMD를 착용한 유저가 시선을 돌려 가면서 영상을 시청할 것이라고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때문에 전체적인 공간감과 몰입감을 유지하기 위해 점프컷을 최대한 지양하고 원테이크에 가까운 영상 편집 방식을 선호한다. 하지만 내부 조사 결과는 전혀 다른 형태로 나타났다.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8할 이상의 유저들은 HMD를 착용하고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옆에서 누군가가 ‘뒤를 봐봐요’라고 한다면, 그제서야 뒤 공간까지 둘러보기 시작 하는 것이다. 여러 인물들이 나온다고 실제 대화를 나누듯이 목을 움직이지도 않았다. 일반 유저들은 VR HMD를 끼고도, 일반 화면을 시청하는 것과 비슷한 모습을 보인 것이다.

때문에 ‘점프컷’을 사용해도 좋다. 아니, 많이 사용할수록 좋다고 판단 했다. TV와 같은 제한된 화면의 시야각에 비해, HMD는 100도 정도로 매우 넓은 시야각을 보유하고 있다. 넓은 시야각 덕에 한눈에 배경을 확인한 유저들은 ‘점프컷’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았다. 오히려 연출은 다채로워 졌으며, 걸음으로 인한 어지러움 이슈인 ‘가속도’문제도 자연스레 해결됐다.

VR에서 가속도는 유저에게 어지러움을 느끼게 하는 주된 요소 중 하나로 꼽힌다. 여기서 말하는 가속도란 뛰다가 멈추거나, 멈췄다가 급하게 이동을 하는 등의 속도 변화를 얘기한다. 뇌와 실제 감각기관이 다른 움직임을 느끼는 ‘감각불일치’로 인해 생겨나는 어지러움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감각불일치’를 느끼지 못 할 만큼 자연스러운 이동을 구현해야 한다. 하지만 ‘점프컷’을 사용한다면 가속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토막상식 (주1) 점프컷이란?

‘점프컷’이란 ‘장면의 급전환’을 얘기한다. 영상을 편집함에 있어서 최대한 지양하는 방식이다. 과도한 장면 전환은 시청자에게 혼란을 주고, 극의 흐름을 깨뜨리기 때문이다. VR영상에서도 이 기법이 자주 쓰이는 경향이 있다. 어느 정도의 컷을 사용하더라도 앵글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몰입감을 잡으려 한다. 이 같은 이유로 많은 VR영상물들은 점프컷 대신 인물들의 대화 장면을 편집 없이, 한 위치에서 오랜 시간 촬영하는 방식을 선택한다.

 

# 최적화된 공간 설계

위와 같은 결과를 토대로 EVR스튜디오는 ‘연극’에 가까운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게임 속 집안을 한 시야에 전경이 눈에 들어오는 연극 무대 형식으로 설계했다. 점프컷을 해도 유저가 거부감을 느끼지 않게 하기 위한 구조였다. ‘프로젝트M’ 여자주인공의 집에는 유저의 직선 시야에서 방해되는 구조물이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아래는 실제 ‘프로젝트M’ 프로토타입의 유저 시점에서의 컷 변화다.

넓은 집의 전경을 보여준 후, 바로 점프컷으로 문앞으로 향한다.
문이 열리고, 유저의 시야에 방안의 전경을 담아낼 수 있도록 공간을 구성
유저가 방안의 모습을 모두 인지한 상황, 과감한 점프컷에도 유저는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
'프로젝트M' 여주인공의 집. 한 눈에 전경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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