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 캔버스에 담긴 예술가의 '아름다운 상상'
가상현실 캔버스에 담긴 예술가의 '아름다운 상상'
  • 임홍석 기자
  • 승인 2017.02.07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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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 오브 바빌론 제작자 이정미 디자이너 인터뷰

이리나하트스튜디오 이정미 디자이너는 다년간 인테리어 분야에서 커리어를 쌓은 디자이너다. 그녀는 자신의 업무가 오직 한 가족을 위한 인테리어, 개인을 위한 가구 디자인에만 치중돼 있다는 점에서 한계를 느꼈다. 보다 많은 사람들과 자신이 많은 작품을 공유하고 소통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그래서 그는 가상현실 분야로 범위를 넓혀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애니메이션과 게임 등 다양한 분야에 거쳐 그의 재능을 선보이기 위한 행보에 나선 것이다. 이에 그녀를 만나 그간 있었던 일들과 새로운 프로젝트 '트리 오브 바빌론'에 대해 들어 봤다.

이정미 디자이너는  어릴 적부터 주위에서 독창적이라는 소리를 자주 들었다. 소위 말해 '예술가타입'이라는 평가였다. 가구, 인테리어, 영상 등 디자인 업계에서 거의 모든 작업을 진행해온 그의 작품을 본다면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쉽다. 아름답고, 조금은 기괴한, 마치 미술관에서 익숙하게 경험해온 초현실 작품을 떠오르게 만든다.

'트리오브바빌론' 스크린샷

그녀가 본격적으로 부각된 것은 넥슨컴퓨터박물관이 진행한 오픈콜 행사에서였다. 그녀는 가상현실 프로젝트에서 VR애니메이션 프로젝트인 '이리나 하트'를 최초로 공개하면서 당시 작품을 수상하는 영광을 얻었다.

그녀의 머릿속에서 그려지던 아름다운 세상을 표현해낸 작품이었다. 자사의 이름이기도 한 ‘이리나하트’가 떠나는 모험을 짧게 그려냈다. 욕조를 타고 바다를 항해하는 장면에서 부터 시작해 핑크빛이 가득한 세상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이 작품의 의도는 단 하나, ‘예쁜 세상’을 그려낸 것이다.

작품을 다 만들고 나니, 뿌듯함보다는 아쉬움이 더욱 커졌다. 자신이 그려낸 세상을 직접 ‘경험’하는 감정을 담아내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었다. 보는 것 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었던 그녀는 이번에는 뭔가 행동을 할 수 있는 콘텐츠를 찾았고, 그 때 자연스럽게 떠오른 것은 ‘VR’과 ‘게임’이었다. VR은 가상현실 속으로 들어가는 감성을 잡아내는데 필요했고, 게임은 그 속에서 직접 느끼는 체험을 가능하게 해주는 플랫폼이었다. 

“게임은 대단하잖아요. 그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엄청난 거니까요.”

'이리나하트스튜디오' 이정미 디자이너

문제는 바로 게임을 해본적도, 만들어 본적도 없다는 것이었다. 살면서 즐겨본 게임이라고는 모바일게임 ‘애니팡’이나 ‘모뉴먼트밸리’ 정도였다. 게임 제작툴도 만져본 적 없던 상태에서 생전 처음 ‘언리얼’엔진을 공부하고 ‘트리오브바빌론’을 제작했다. 제작기간은 단 3개월이었다.

영상을 통해서도 쉽게 알 수 있듯이 이정미 디자이너 작품들의 외적 퀄리티는 전혀 나무랄데가 없다. 하지만 ‘트리오브바빌론’은 기존 게임에 익숙한 유저들에게 적잖이 당황스러울 요소들로 가득하다. 간단하게 말하면 ‘불친절’하다. 게임의 목적을 쉽사리 파악하기 어렵고, 난이도도 매우 높다. 원래 5분이면 클리어 할 수 있다는 그녀의 목표와 달리, 오래 게임을 붙잡고 있어도 엔딩을 보기는 쉽지 않다. 

대신 몽환적인 아트를 보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다른 한편으로는 기술적 테스트를 위한 ‘데모’버전에 가깝다는 생각 마저 들었다. 기술력만 보완된다면 그 다음에 완성될 콘텐츠의 퀄리티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는 판단을 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실제로 ‘트리오브바빌론’은 이정미 디자이너가 표현하고 싶은 ‘이리나하트’ 스토리의 한 부분일 뿐이다. 그녀가 꿈꾸는 목표는 ‘이리나하트’를 ‘해리포터’와 같이 독자적인 세계관으로서 만들어가는 것이다. 향후 영화, 책, 그림 등 어떤 플랫폼으로 ‘이리나하트’ 스토리가 이어져 갈지는 모른다. 이제 막 한 발자국을 내딛었을 뿐이다.

“저도 너무 잘 알아요. 부족하죠. 아니, 많이 부족해요. 그래도 이제 시작이니만큼 많은 관심 가지고 지켜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열심히 해서 만족스런 작품으로 찾아뵙겠습니다.”

이정미 디자이너는 행복하게 VR콘텐츠를 만들고 있었고, 그것으로 충분해 보였다. 미래를 기대할 수 있는 실력까지 엿볼 수 있었으니, 기자에게 있어도 기분 좋은 인터뷰임이 분명했다. 앞으로 ‘이리나하트스튜디오’가 표현해낼 아름다운 세상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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