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VR게임의 미래를 보다 'VR카노조'
성인VR게임의 미래를 보다 'VR카노조'
  • 안일범 기자
  • 승인 2017.03.02 12: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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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8일 일루전 신작 게임 'VR카노조'가 공식 론칭했다. 이 게임은 VR게임계 최고의 기대작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지난해부터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던 작품이다. 전통적인 성인게임 개발사 일루전이 VR전용 게임을 선보인다는 것 하나 만으로도 사전 마케팅은 성공적이었다. 이후 내놓은 영상들이 전 세계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면서 '올해의 게임' 후보작이라는 농담반 진담반섞인 이야기들이 나돌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도 이는 마찬가지였다. 출시 기사 이후 수 많은 유저들이 메일과 게시판, 댓글을 통해 '돈주고 살만한가', '얼마나 리얼한가' 등과 같은 질문이 줄을 이었다. 심지어 '이 게임을 하기 위해 PC용 VR을 사볼까 고민중'이라는 이들도 적지 않은 상황인 만큼 독자 여러분들의 질문에 답하기 위해 냉정한 리뷰를 작성해 보고자 한다.

#대체 뭐 하는 게임인고?

'VR카노조'에서 유저는 여자친구집에 처음 놀러간 남자친구로 분해, 여자친구의 방안에서 맞이하는 일들을 그려낸 게임이다. 여자친구의 말로는 '그녀' 방에 남자가 들어오는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일단 게임 설정상으로는 남자친구가 일종의 가정교사로, 여자친구가 궁금해하는 질문들에 대해 답변하는 씬이 있다. 전광석화처럼 스쳐 지나가지만 분명히 그런 설정은 있다. 이 과정에서 책을 집기 위해 일부러 높은 곳에 올라가고, 멀쩡한 집에서 바퀴벌레가 나오고, 마시던 물을 쏟아 온 몸이 젖기도 하고, 여자친구가 갑자기 브레지어를 풀줄 모르는 상황이 나온다.

 

어찌됐든 '우연'에 의한 사고가 줄지어 터지고 그 틈을 노려 남자친구를 수시로 스킨십을 시도한다.  기반 시나리오 분량은 약 30분, 전체 플레이타임은 빠르면 2시간이면 클리어할만한 분량이 담겼다.

#진짜 리얼한가?

솔직히, 아주 솔직히 쓰고 싶지만 기사로서 쓸 수 있는 말이 있고 아닌 말이 있다. 그 모든 이야기를 함축해서 한마디로 이야기하자면, 아주 진지하게 게임을 플레이하려면 팬티를 두장 이상 준비해야한다.


각설하고 게임을 플레이 하다 보면 진짜 여자친구와 방안에 있는것 같다. 어떻게든 뭔가를 해보고 싶은 어린 시절 그 느낌이 그대로 살아나는 듯 하다. 이렇게 하면 화낼까? 이렇게 하면 날 싫어하지 않을까? 이렇게 하면 좋아할까? 심각한 내적 갈등이 오가는 가운데 시간은 흘러간다. 눈을 마주치는 것 만으로도 두근거리는 느낌이 되살아나는데 뭔가를 해야 할 것 같은 심한 압박감이 온다. 눈을 살포시 감은 그녀의 얼굴에 가까이 다가가면 묘한 감정이 솟구친다. '왜 이러나'싶다.

#자괴감이 더 드는 19금씬

햄버거를 먹는다면 일단 주문을 하고 기다렸다가 받은 다음에 감자튀김도 먹고 콜라도 먹고 그러다가 포장지를 벗기고 한 입 베어 물어야 하는게 정석일터다. 그런데 이 게임은 감자튀김을 다 먹은 다음에 콜라를 다 마셔야 한다. 그리고 나면 포장지가 없는 햄버거가 덩그라니 놓여 있다. ​

VR카노조의 19금씬은 이렇다. 서론, 본론, 결론이 모두 따로다. 그렇다 보니 한방에 몰입감이 사라저 버린다. 두근거리는 첫사랑, 여자친구 같았던 캐릭터가 갑자기 값싼 창부로 보이고 그 순간 '지금 내가 뭐하는 짓인가'하는 의문이 들기 시작한다. 오히려 그 전까지 과정이 아무 필요가 없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회의감 마저 든다. 비주얼 자체는 분명히 리얼하고 게임 플레이도 리얼하지만 중요한게 빠진 상황이면 남는건 자괴감일 뿐이다.

#아쉬움 남는 인공 지능

첫 플레이는 비교적 만족스럽다. VR게임의 가능성을 분명히 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진짜 이쁜 여자친구가 눈 앞에 서 있으니 더 필요한 이야기가 있을까. 그런데 두 번째 플레이 부터는 약간 이야기가 다르다. 여자친구가 분명히 반응을 하긴 하지만 같은 말을 반복한다.

분명히 화를 내야 하는 상황인데도 화를 내지 않는다거나, 전혀 화날만한 상황이 아닌데도 화를 내기도 한다. 뜬금 없는 타이밍에 좋아하기도 하고, 뜬금 없는 타이밍에 아주 평온한 멘트를하기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게임에는 인공지능이 전혀 들어 있지 않다. 단순이 특정 동작이 나오면 정해진 두세개 맨트를 반복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그러다 보니 게임을 오래 플레이할 이유도, 반복적으로 도전해야할 이유도 없다. 한 번 플레이하면 그대로 끝인 1회용 소녀인 셈이다.

#VR성인게임의 미래를 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5만2천원이 그다지 아깝게 느껴지지 않았다. 19금 콘텐츠를 플레이해보고자 하는 친구들에게 이 게임을 보여준다면 어떤 반응일지를 기대해보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인것 같다. 하지만 '상상 속 게임'에는 못미친다는 점에서 아쉬움은 남는다. 리얼라이프에서 여자친구와 조금이나마 비슷하게 만들어서 여러가지 도전과제(?)들을 집어 넣는 식으로 반응을 보는 게임이었다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졌을 듯 하다. 분명한 것은 'VR카노조'는 성인VR게임 장르가 무척 현실적이고 몰입감있으며, 앞으로 가능성이 충분한 장르임이 분명해 보인다. 'VR카노조'2탄이 나온다면 당장 게임을 구매할 의사도 있다.

다만 이 게임만 플레이하기 위해 VR기기를 구매하려 한다면 추천하지 않는다. 인근 VR방에서 한번쯤 즐겨보는 것 만으로도 충분한 게임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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