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픽게임스, 'VR게임 개발'비법 공개
에픽게임스, 'VR게임 개발'비법 공개
  • 임홍석 기자
  • 승인 2017.03.13 20: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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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픽게임스코리아 신광섭 차장 VR엑스포 컨퍼런스

‘언리얼 엔진’으로 유명한 ‘에픽게임스’는 업계에서 일명 ‘천재집단’이라 불린다. 세계적인 게임 엔진을 개발해냈고, 이 엔진을 이용해 개발된 게임과 콘텐츠들은 소위 트리플A타이틀이라 불리며 세계 시장을 뒤흔든다. 처음에는 게임 엔진으로 출발했지만 워낙 성능이 뛰어나 의료, 방송, 자동차, 건축 등 고퀄리티 그래픽이 필요한 분야라면 어디에든 이 엔진을 사용하는 추세다. 

특히 이들은 단순히 엔진을 개발하는 것 뿐만 아니라 이들의 엔진을 활용해 게임을 개발한다. 자신들이 직접 언리얼엔진을 활용해 최대치에 가까운 기술력을 뽑아내면서 자사 엔진의 퀄리티를 증명하기도한다.

VR게임에 있어서도 이는 마찬가지다. 에픽게임즈는 VR초기 시장에 뛰어들어 관련 기술력을 마련하고 엔진을 구성하는 등 고퀄리티 콘텐츠를 선보이는 과정을 거쳤다. '불릿 트레인'으로 업계를 발칵 뒤집어 놓더니 최근에는 ‘로보리콜’을 출시하면서 VR업계에 일대 파란을 일으켰다. 닥치는 대로 쏘고, 집고, 찢어 던지는 이 게임은 VR의 특성을 가장 잘 살린 ‘완성된 VR게임’, ‘VR게임의 끝판왕’ 이라는 찬사가 현재까지도 끊이지 않고 있다.

‘VR엑스포’의 컨퍼런스에 연사로 오른 ‘에픽게임스코리아’의 신광섭 차장은 ‘쇼다운에서 로보리콜까지: VR 게임 개발을 통해 배운 것’이라는 주제로 강연에 임했다. 그는 에픽게임스가 VR게임을 만들면서 배운 점들에 대해서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과연 ‘로보리콜’이라는 게임이 세상에 나오기 까지는 어떤 과정을 거쳐야만 했을까. 컨퍼런스가 끝난 후에도 박수가 끊이지 않던 현장의 강연을 최대한 세세하게 작성해봤다. 


'어지러움증'과의 전쟁, 엘리멘탈 VR

에픽게임스가 가장 먼저 개발한 VR게임은 '엘리멘탈VR'이다. 처음이다 보니 이 게임에는 기존의 게임들에 적용됐던 문법들을 그대로 활용했다. 처음 직면한 문제는 ‘이동’에서의 울렁거림 이었다. 실제 사람들이 걷는 속도보다 현저히 빠른 캐릭터의 이동속도 때문이었다. 캐릭터의 이동속도를 기존보다 1/3수준으로 낮추고 나서야 실제 사람이 걷는 정도의 자연스러운 이동이 가능했다. 다음 문제는 바로 계단이었다. HMD를 착용한 상황에서는 ‘시선만 올라가는’ 문제가 발생하면서, 어지러움이 발생했다. 사실상 경사를 오르는 경험은 호불호가 심했기에, 지양하는 방향으로 가야만 했다. 

계단을 오르는 기분은 호불호가 심했다

하지만 유저의 시야가 정해진 상황이라면, 수직이동은 즐거운 체험으로 변화했다. 실제 게임에서 적용했던, ‘용암스키’와 같이 유저가 선택한 방향으로 이동하는 경우에 한해서다. 꼭 경사가 아니라도, 유저의 시점을 통해 ‘자의적’으로 이동하는 방식은 이미 다양한 VR게임에서 어지러움을 방지하는 방식으로 쓰이고 있다.

유저의 시선대로 움직였던 '용암 스키'

VR게임을 처음 접하는 유저들의 공통 특징은 주위를 둘러보지 않는 것이었다. 에픽게임즈는 유저들이 VR게임을 즐기면서 주위를 둘러보는 '학습'이 이뤄지도록 하는 설계가 필요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매직미사일(마법의 한 종류. 주로 미사일처럼 날아간다고 함)’이었다. 이 미사일은 게임 내에서 끝 없이 반사된다. 유저들은 이 미사일을 따라가면서 주변을 ‘둘러보는’에 연습을 시작했다. 이때 미사일이 나아가는 방향마다 ‘파지직’하는 소리가 나오기 때문에 유저들의 시선을 끌어들일 수 있었다. 

매직미사일이 반사되면서 '파지직' 소리가 들리기 때문에 주변을 둘러 보게 됐다

비주얼상에서는 하늘에서 내리는 ‘눈송이’를 구현하면서 유저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할 수 있었다. 눈 앞에서 내리는 눈송이는 유저와 주변 사이에서 볼륨감을 높여줘 실제와 같은 입체감을 전달했다. 마치 가상현실 안에 존재한다는 실제의 감정을 전달하는 효과였다. 

내리는 눈송이는 가상현실의 볼륨감을 높인다


채도를 변경해 제한구역 설정한 스트레이티지 VR

“공간에서 똑같은 스케일로 느끼는 것이 아닌, 신의 입장에서 본다는 경험은 어떨까”라는 생각에서 '스트레이티지 VR'이 탄생했다. 때마침 이 당시는 유저들의 움직임을 추적 가능한 ‘모션 트래킹(오큘러스리프트 DK2 발매 당시 센서를 앞에 두고 몸을 앞으로 숙이면 확대, 멀리떨어지면 축소되는 기술이 있었음)’기술이 적용된 시기였다. 굉장히 거대한 캐릭터와 작은 캐릭터의 대비를 통해서 유저들의 시선 이동을 유도했다. 작은 오브젝트들을 보기 위해 유저들은 고개를 숙였다. 이 역시 유저들이 모션트랙킹에 적응하도록 만드는 하나의 학습방법 이었다.

크기의 대비를 통한 시선의 이동

유저의 시선은 움직이게 됐지만, 과도한 시선 이동은 센서를 벗어나는 문제를 발생시켰다. 유저들이 트랙킹을 벗어나지 않도록 경고 표시가 필요했다. 처음 시도한 방식은 ‘화살표’로 표시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화살표가 표시 되는 순간, 유저들은 가상현실에 속해있다는 집중이 깨지게 됐다. 두 번째 시도는 ‘제한구역’을 표시하는 방법이었으나, 이 역시 화살표와 같이 세계관의 자연스러움을 깨는 문제가 있었다.

화면상에 화살표나 접근제한구역을 표시하면 인위적인 느낌을 받아 몰입감이 떨어진다

인위적인 느낌을 없애는 것이 제일 중요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종적으로 씬의 채도를 감소시키는 방법을 선택했다. 유저가 센서를 벗어날 지점에 색을 흑백으로 처리하자, 유저들은 ‘본능적’으로 구역을 넘어가지 말아야겠다고 판단했다. 유저는 이미 트랙킹이 가능한 부분 안에서만 움직여야 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잘못됐다’라는 느낌만을 받을 뿐이었다.

몰입도를 깨지 않았던 명암처리

처음에는 모션 트랙킹 효과를 극대화 시키기 위해 공간 안에 ‘먼지’를 띄어놓았다. 하지만 눈에 확연히 보이는 먼지는 가만히 있는 유저에게 움직임을 느끼게 만들었다. 즉, 주변의 움직임이 유저에게 어지러움을 주게 된 것이다. 개발자는 먼지의 모션을 최대한 줄이고 불투명하게 만들면서 이 문제를 최소화 시켰다.

뚜렷하게 보이는 먼지는 어지러움을 전달했다


팔이 움직이지 않을 때는? '무명 프로젝트'

개발은 됐으나 공개되지 않은 콘셉트도 있다. '소파의 기사단'이 개발되기 이전에 준비했던 이 콘텐츠는 외부로 공개하지 않은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의 초기 개발 방향은 고퀄리티의 캐릭터를 위해 ‘사마리아인’의 테크데모를 사용했다. 주인공을 의자에 앉힌 후에 유저가 움직이면 캐릭터가 같이 움직이도록 개발했다. 처음에는 모든 부분에 문제가 없는 듯 했지만, 유저가 아래를 쳐다 보자 문제가 발생했다. ‘나’(캐릭터)에게 팔이 있는데, 팔이 움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 공간에서의 팔과 게임 속 팔을 동일시 생각하게 되면서 굉장히 ‘끔찍한’ 경험이었다. 

팔이 움직이지 않는 '끔찍한' 경험

제작진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팔을 등 뒤로 이동시키고 취조 받는 씬을 구상했다. 유저들은 실제 자신의 손가락이 움직여도 게임 속에서 보이지 않기 때문에 이질감을 느끼지 않았다. 그렇게 팔이 뒤로 묶인 유저들이 ‘초능력’을 활용해서 공간을 탈출하는 게임을 만들어 냈다. 그러나 이러한 콘텐츠는 사회적으로 옳지 못하다는 반응이 예상됐고, 개발자들은 다시 회의실로 걸음을 옮겼다.

GDC에서 공개하기에는 스토리에 문제가 많았다

앉아서 싸우는 전투방식 도입 '소파의 기사단'

개발목표는 ‘유저의 움직임에 따라 게임 내 아바타도 동시에 움직일 것’, ‘여러명이 같은 공간에서 동시에 게임을 할 수 있을 것’, ‘경쟁적이지만, 단순한 게임플레이’ 이상 세가지 요소를 충족하고 싶었다. 개발자들은 ‘장난감들이 유저의 아파트에 살아 들어와서 서로 싸우는 설정’으로 게임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유저가 게임 속 아바타로 분해서 장난감을 조종하는 게임이었다. 먼저, 위와 같이 팔이 안 움직이는 끔찍한 경험을 막기 위해, 아바타의 손에 게임패드를 올려놓았더니 팔 문제는 쉽게 해결됐다.

게임패드를 들게 하면서 안정감을 줬다

게임내 아바타는 엉덩이가 고정된 콘셉트로 개발됐다. 오큘러스 리프트의 모션 트랙킹은 머리와 척추를 트랙킹했는데 이를 반영하기 위해서다. 그렇게 한 공간에서 두 명의 유저가 앉아있는 설정이 됐다. 이 방식은 꽤나 성공적이었다. 게임을 하다가 두 플레이어의 아바타가 마주친 순간, 마치 실제 세상에서 타인과 눈이 마주친 것과 같은 실제감을 경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머리와 척추 부분은 추적이 가능해 '앉아있는 캐릭터'를 도입했다

하지만 이 같은 리얼함이 발생시킨 이질적인 불편함도 존재했다. 아바타 캐릭터가 문신을 하고, 해골 귀걸이를 착용한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게임 속 캐릭터임에도 실제 사람과 같이, 이러한 과한 느낌은 일종의 거부감을 전달했기 때문이다. 가상세계라고 해도 현실에서 호감을 느낄만한 캐릭터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아바타의 ‘행복’이나 ‘슬픔’과 같은 표정도 불쾌함을 전달하는 요소였다. 차라리 아바타에 표정이 계속해서 존재하지 않는다면 유저들은 큰 신경을 쓰지 않았다. 하지만 무표정으로 있다가 한번 씩 아바타의 얼굴에 표정이 생긴다면, 유저들은 계속 신경쓰이고 불쾌감을 느꼈다. 차라리 계속 무표정인게 낫다는 것을 깨달았다.

실제와 같은 경험을 준다는 것을 명심하자

 

'슬로우 모션 도입' 극적인 장면 연출 '쇼다운'

이제 정말 ‘에픽’스러운 강렬한 데모를 만들고 싶었다. 시네마틱 요소를 넣고 비쥬얼 퀄리티를 최대치로 끌어올리고 싶었다. 게다가 이 시기는 오큘러스 DK2가 나오던 시기였기에 이 욕심은 더욱 커졌다. 가장 중요한 목표는 반드시 ‘90Hz’의 플레이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었다. 결론적으로는 가능했다. 배경은 ‘라이트맵’만 사용하고 ‘직접광’을 없앴다. 폭발이나 총구 불빛 등에는 제한적인 라이팅을 사용하고 그림자를 없앴다. 발에 붙는 쉐도우를 통해 부담감을 줄인 것도 큰 도움이 됐다. 

연출에 있어서는 슬로우 모션을 적극 활용했다. 큰 장면을 보여주되, 프레임을 유지해야 했기 때문이다. 느린 폭발, 느린 미사일 등 영화와 같은 슬로우 모션들은 멋진 연출이 됐을 뿐만 아니라, 원활한 게임 환경에도 큰 도움이 됐다. 

슬로우모션은 멋진 경험을 전달했다!

 

'텔레포트'의 도입 '불릿트레인'

오큘러스 터치가 생겨나면서, 최초로 양손 콘트롤러를 활용한 액션 데모를 준비했다. 핵심은 액션에 대한 연구였다. 처음에는 간단히 총을 들고 쏘는 게임을 만들었다. 이동도 없고, 매우 쉬웠지만 궁극적으로 재미가 없었다. 

총만 쏘기에는 재미가 없었다

이동이 필요했다. 여기에는 아시아의 액션영화 ‘철혈쌍웅’이나 ‘올드보이’처럼 원샷 원킬로 적들을 처치하며 나아가는 방식에 영감을 얻었다. 나아가고, 죽이고, 나아가고 죽였다.

'올드보이'는 큰 영감을 줬다

문제는 앞에 나오는 적들이 아닌, 지나간 적들에 대한 문제였다. 지나간 적을 처치 못하면 뒤를 돌아봐야 했고, 그러면 트랙킹을 놓치는 이슈가 발생했다. 계속 앞을 봐야하는 명분이 필요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게임 내에서 텔레포트를 통해 이동하면 항상 액션이 생기는(적이 있는) 방향을 보도록 설정했다.

시선의 변화

이전의 개발작들에서도 마찬가지였지만, VR게임은 실제 세계를 옮겨두면 재미가 없었다. 자고로 실제 세상에서 할 수 없는 슈퍼파워를 느끼는 재미가 있어야만 했다. 그래서 불릿트레인에서는 총알을 잡고 로켓을 잡는 효과를 적용했다. 이 슈퍼파워라는 스토리텔링은 텔레포트에 대한 적절한 이유로 사용됐다. ‘마법’이라는 슈퍼파워가 있었기에, 모든 표현이 가능했다.

 
로보리콜
위의 모든 효과를 적용하는 것은 당연했다. 거기에 90프레임을 유지하고 배경과 캐릭터를 다 합쳐도 1200개의 드로우콜을 넘어서면 안됐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옵티마이징 기능이 추가됐다. 여러 개의 오브젝트가 묶여 있다면 각각 요청 때마다 모든 것이 요청되지 않고, 안 움직이는 것들에 대해서는 묶어서 출력되게 적용했다. 또한 VR에 최적화된 별도의 렌더러가 적용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로보리콜의 모든 콘텐츠를 살펴보고 노하우를 배울 수 있는 ‘모딩’이 지원됐다. 이것은 VR게임 최초의 모딩지원으로, 유저는 여러 가지 재미있는 아이디어들을 테스트해볼 수도 있다. 

VR게임 최초의 모딩 지원

에픽게임스코리아의 신광섭 차장은 “위의 모든 노하우와 기능들은 ‘언리얼 엔진4’에 포함돼 있다”며 “쉽게 배울 수 있도록 개발에 있어서도 많은 지원이 있는 만큼 많은 관심을 부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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