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스팀 '아타리쇼크'주의보
[칼럼] 스팀 '아타리쇼크'주의보
  • 안일범 기자
  • 승인 2017.04.28 20: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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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C바이브가 공식 출시된지 약 1년. 현재 시점에서 스팀을 통해 약 1300개에 달하는 타이틀들이 출시됐다. 출시 첫달만에 10억 매출을 올리는 타이틀들이 등장했고 누적 매출 30억을 돌파하는 타이틀이 나오면서 조금씩 시장이 형성되는 분위기다.

2월 들어서도 시장은 성장세를 멈추지 않는다. 데모 시절부터 주목받던 게임 '더 아트 오브 파이트'가 지난 2월 17일 출시된 이후 7천다운로드(누적매출 2억)을 돌파했고, 24일 출시된 '더 골프 클럽 VR'도 2억 매출을 돌파했다. 그러나 3월 들어 조짐이 심상치 낳다. 오픈 직후 어떤 게임이든 기본 2천다운로드를 넘던 이 시장은 코어 유저들의 신뢰를 잃어가면서 점차 평균 다운로드숫자가 줄어드는 형국이다.  

지난 2월 24일 '더 골프 클럽 VR'과 함께 출시된 '컷컷 부페'를 보면 그 이유를 짐작할만하다. 이 게임은 영상만 봐도 확연히 감이 오는 타이틀이다. 밑에서 올라오는 요리 재료들을 칼로 자르는 게임. 난데없이 주방에서 폭탄이 올라오며, 폭탄을 썰면 안된다. 두말할 필요 없이 '후르츠 닌자'를 대놓고 배낀 게임이다. 심지어 조악한 그래픽퀄리티에 물리엔진도 제멋대로여서 간단한 QA테스트조차 거치지 않는 타이틀로 보인다. 심지어 구매 가격은 1만원.

이 게임은 출시 20일이 지났지만 다운로드수 500개를 넘지 못한 타이틀이다. 중국어로 된 부정적 평가 하나가 전부. 다운로드하는 이들은 거의 없다시피하다. 심지어 집계 사이트들은 이 게임을 '게임'으로 보는 것 조차 거부하는 듯 아예 등록하지 않는다. 유일하게 스팀은 이를 판매한다.

출시 게임 중 절반 이상이 부정적 평가에 시달린다. 그나마 평가라도 있으면 다행인 수준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른 게임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권투 게임이랍시고 대충 스토어에서 구매한 리소스를 가져다 붙이고는 주먹질만 해대는 게임이 출시되는가 하면, 방매와 칼만 모델링하고 무료 소스를 치장해 내는 게임들도 스팀은 판매한다. 공교롭게도 이 타이틀들이 500다운로드를 넘겨 소스 가격을 훨씬 넘는 매출을 내기도 한다.

스팀의 문턱은 그 어느때 보다 낮아 보인다.

그렇다 보니 별의 별 게임들이 이제 스팀을 통해 등록된다. 가히 '시간낭비'에 가까운 게임들이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되고, 스팀은 이를 수용한다. 상황이 반복되면서 불과 2개월만에 2천개가 넘던 평균 판매량은 500개 이하로 줄어 들었다. 갈수록 상황은 더 심각해져 최근 론칭한 게임들은 아예 500다운로드 조차 넘기기 쉽지 않은 상황이 온다.

새로운 게임을 테스트할 유저들을 모으고 이들에게 피드백을 받아 게임을 발전시켜 나가고, 개발비를 모아 더 나은 게임을 만들어야 할 개발자들이 피해를 보는 셈이다.

지난 3월 10일 출시된 페이퍼 토스 VR. 장웬루라는 이름의 개발자가 출시했다.

업계는 이미 이러한 상황을 경험했다. 지난 1983년 있었던 이른바 '아타리 쇼크'이야기다. 당시 아타리는 게임 시장을 독점한 기업이다. 때문에 일단 타이틀을 내기만 하면 엄청난 판매량을 기록했고 산업은 호황을 누렸다. 그러자 아타리는 쉬지 않고 패키지를 찍어 낸다. 매주 주말 할 게임을 찾던 이들은 패키지 표지만 보고 게임을 구매했고, 실제로는 게임이 플레이되지 않거나 단순한 게임들이 대부분이어서 실망하기에 이른다. 1982년 쓰레기 패키지 ET가 결정적인 영향을 했다곤 하나 단 1년만에 시장은 30분의 1 수준으로 줄었고 그대로 아타리는 사양길에 접어 들었다. 과도한 욕심이 참사를 부른 셈이다.

지금의 스팀 VR마켓은 아타리를 연상케 한다. 1980년대에 30억 달러 시장을 호령하던 아타리는 딱 1년만에 무너졌다. 이제 막 2억달러대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스팀VR시장은 어디까지 추락할지 모른다. 물 들어 올 때 노 저으랬다는 그 심정 알만도 하나. 그러나 물이 새어 들어와 발목까지 차 있는 상황에서 무작정 노를 젓고 있을 수 만은 없지 않는가. 더 늦기전에 물을 퍼 내고 튼튼한 배를 띄워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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