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판 파워레인저에 도전한 남자
가상현실판 파워레인저에 도전한 남자
  • 안일범 기자
  • 승인 2017.09.01 16: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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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전쯤 일이다. 막 VHS비디오 재생기를 집에 들여 놓았던 시절에 기자는 선물을 받았다. 엄마 손을 붙잡고 동네 비디오 가게에 가서는 영상을 빌릴 수 있는 특권을 얻었다. 그렇게 손에 쥔 것은 '후뢰시맨'비디오 테이프. 그것도 9편이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왜 1편을 뽑지 않았는지 알 수 없지만 그 시절은 그랬다. 그렇게 뽑아든 비디오 테이프를 돌려보고 또 돌려봤다. 반납 기일이 언제였는지 모를 정도로 돌려본 그 테이프 이후에 기자의 취미생활은 후뢰시맨을 빌려 보는 것이 됐다. 

운이 좋았다. 꼭 부모님들은 '부모님들이 볼 영화'를 빌리려고 나를 보냈다. '후뢰시맨'한편과 정체모를 '부모님이 볼 영화'한편을 손에 들고 돌아와서 비디오를 돌리는 일은 행복하기 그지 없는 일이었다.

때로는 동네 친구들과, 때로는 누나와 앉아 비디오를 보는 일은 언제나 행복했다. 비디오를 보고 나면 이제 후뢰시맨 놀이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기자는 블루가 좋았다. 주먹질을 하는 그린도, 화려하게 검을 휘두르는 레드도 관심이 없었고 그저 블루였다. 프리즘 볼을 외치며 날아다니던 블루가 멋져 보였나 보다.

그러나 '후뢰시맨'에도 한계는 분명히 있었다. 모든 편을 다 보고 나니 더 이상 볼 게 없었다. '바이오맨'도 '스필반'도 '후뢰시맨'을 이길수는 없었다. 다음 선물이 게임기가 됐다. 그 게임기 때문에 지금 기자를 하고 있는 것을 보면, 만약 게임기가 없었더면 지금쯤 후뢰시맨이 되지 않았을까.

기자 처럼 후뢰시맨이 되고 싶었던 사람들이 많았나 보다. 여기 한 중국 유투버가 가상현실 속에서 파워레인저가 돼본 영상이 공개됐다.

 

영상 속 주인공은 2012년 키넥트판으로 출시된 '파워레인저 슈퍼 사무라이'를 플레이한다. 머리 위에 VR HMD처럼 보이는 물건을 뒤집어 쓰고 화려한 액션을 선보인다. '정의의 이름으로 너를 처단한다'처럼 들리는 대사들을 수시로 뱉으며, 악의 무리들과 처절한 사투를 벌인다.

그의 열정은 남달라 보인다.. 자동으로 진행되는 영상까지도 포즈를 따라할 정도니 오죽 하겠는가. 다만 연습이 덜 됐는지 영상과는 전혀 싱크로가 맞지 않는 움직임을 보인다는 점에서 안타까운 면이 있다.

그가 그랬듯 아마도 가상현실 속에서라면 '파워레인저' 혹은 '후뢰시맨'이 되보고 싶은 사람들이 적지 않을 듯 하다. 언젠가 이런 게임이 등장한다면 수 많은 마니아들을 만족시킬 수 있지 않을까.

굳이 HMD를 뒤집어쓰고 영상을 따라하는 노력 없이도 그가 당당히 '파워레인저'가 되 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원해본다.

동시에 조금, 아니 많이 배가 나온 블루 파워레인저를 VRN에서 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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