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을 향한 도전 … KIST 김진석 박사, FBG기반 모션캡쳐 시스템 공개
완벽을 향한 도전 … KIST 김진석 박사, FBG기반 모션캡쳐 시스템 공개
  • 안일범 기자
  • 승인 2018.11.26 17: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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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와 어깨를 나란히하는 모션 캡쳐 솔루션이 한국서 개발중이다. 더 정확하고,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모션 캡쳐가 가능한 솔루션으로 기대치가 높다. 나노미터 단위 오차율과 정밀한 움직임까지도 잡아내는 기술력을 기반으로 추후 활용가치도 높다. 이미 국내 가상현실기업 모인과 기술 제휴를 체결했고, 공동 개발과정을 거쳐 오는 2019년 시제품을 첫 출시할 예정이다. 그렇다면 이 기술은 어떻게 개발됐을까. 한국과학기술연구원에서 김진석 박사를 만나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어 봤다. 

김진석 박사는 의공학연구소 소속 책임 연구원이다. 인체 부위를 대신하는 기술들을 연구중인데 절단 환자용 로봇팔과 같은 솔루션을 집중 연구했고 지금도 연구는 진행중이다. 그의 최근 작업물은 뇌에서 보내는 전기 신호를 읽어 신경인터페이스에 전달하고, 이를 기반으로 안쪽 신경과 로봇을 연결해 자연스럽게 움직임을 만드는게 그가 하는 일이다. 그렇다보니 신체 움직임을 다년간 연구했고,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면서 신 기술개발에 나섰다. 모션 캡쳐 솔루션도 그 영향력이 있었다. 


"이 솔루션을 처음 개발할때 목표는 명확했습니다. 기존 기술보다 이동성이 좋고, 장갑형태를 벗어나야 하고, 정확도가 높으며 저렴할 것이라는 목표가 있었습니다. 난이도가 높은 과제를 두고 고민하다가 FBG(광섬유)기술을 떠올려 개발에 돌입하게 됐습니다"

FBG 광섬유 센서는 얇고 긴 케이블이다. 빛을 투과하면 특정 간격으로 흔적을 새길 수 있는데 이에 빛을 투과하면 간격 만큼 반사가 되는 기술이다. 광학 디텍터로 읽으면 특정 파장을 바로 뽑아낼 수 있다. 때문에 특정 구간에서 구부러짐이나 움직임 등이 있는지 여부를 활용할 수 있는 기술로 오랜 기간동안 활용돼 왔다. 주로 철도나 항공기날개와 같은 곳에 쓰인 기술. 김 박사는 이를 모션 캡쳐에 활용하기로 했다.

FBG섬유를 활용한 모션캡쳐 기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손에 얇은 선을 붙인다고 보면 된다. 어깨에서 시작해 손가락까지 이어지는 선이다. 주먹을 쥐면 선이 주먹을 따라 굽는다, 이 모양을 추적하는 기술을 활용해 모션 캡쳐에 적용한 것에 가깝다. 

"아주 작은 변화도 캐치할 수 있기 때문에 아주 정밀한 센서 역할을 할 수 있을것이라 봤습니다. 원자재 재료만 놓고 보면 비용도 아주 저렴하고요. 탄력성이나 복원력도 훌륭하기 때문에 활용도가 높다고 보고 연구를 계속했습니다."

김 박사는 이를 모션 캡쳐에 활용했다. 가장 먼저 손가락 움직임을 체크하는데 주력했다. 이 기술을 모션캡쳐에 활용하면 어느 지점에서 손가락이 휘는지, 어떤 방향인지, 얼마만큼 휘는지를 알아야 했다. 보다 자세한 정보를 얻기 위해 총 3가닥 라인을 활용했다.


"3가닥을 한줄로 잡고 움직이면, 아래로 손가락을 굽히면 위쪽 가닥이, 반대로 움직이면 아래쪽 가닥이 늘어나면서 방향과 정도를 확인할 수 있고, 그 기준점은 가운데 선이 담당하기 때문에 구체적인 데이터가 나오게 됩니다. 이걸 실제 모델에 붙여 보면 거의 0.1미리미터 수준에서 정확하게 동작합니다."

그런데 난관이 있었다. 바로 엄지손가락이다. 다른 부위는 위아래로만 굽혀지지만 엄지손가락은 좌우에 360도로 회전하기 때문에 더 디테일한 점검이 필요했다.

"고민 많이 했습니다. 저희 내부적으로 여러 센서를 조합했죠. 내부에서는 각도 센서라고 부르는데, 엄지손가락 부분에만 이를 확인할 수 있도록 별도 센서를 착했습니다. 기존 FBG라인이 구체적인 방향을 잡는다면 이제 각도 센서가 위치와 정확한 각도를 파악해서 나머지 정보를 보정하는 것이죠."

이렇게 완성된 모션 캡쳐 시스템은 타 시스템에 비해 획기적인 성능을 자랑했다. 모든 손가락을 자유롭게 트랙킹하면서도 지연율과 오차율에 큰 차이가 없었다. 또, 실내, 실외 할 것 없이 언제 어디서나 구동가능한 점도 장점이다. 경향화를 거쳐 가볍게 들 수 있도록 개발했고, 내구성도 합리적인 수준까지 올라왔다고 김 박사는 설명했다.

"그냥 기존 FBG라인을 쓴 건 아닙니다. 라인 자체에도 당연히 고민이 많았죠. 가능한한 가늘게, 그리고 잘 휠 수 있도록 개발했습니다. 특히 곡률면에서는 세계 어느 연구진과 비교해해도 독보적인 성과를 냈어요. 더 정밀하려면 더 휘어져야했죠."

그는 현재 사람 손 곡률 반경이 4mm내외라고 보고 있다. 이 이하까지 휘어질 수 있고, 이를 점검 가능한 모션 캡쳐 시스템에 매진했다. 현재 김 박사 연구팀이 내놓은 솔루션은 곡률 반경 3mm내외까지 포착 가능하다.

보다 정확한 솔루션에 목을 매는 이유는 명확하다. 가상현실 속에서 물건을 집는 행동이 빈번한 만큼 가능한한 오차를 줄이기 위해서라고 그는 이야기했다. 작은 오차들이 합산되면 될수록 몰입감을 저해하는 요소가 될 수 있으니 이를 사전에 방지하고자 하는 움직임이다. 김 박사 연구진과 모인은 이를 기반으로 가상현실 슈츠까지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직접 서서 몸을 움직여보면 나머지는 측정하기 쉬운 부위들입니다. 대부분 직선적으로 움직이니까요. 그래서 손가락 부분만 해결되면 이제 그 다음에 어려 부분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됩니다. 남은 것은 구체적으로 인터랙션을 만들어 나가는 단계가 될 것입니다."

김 박사 연구팀은 오는 2019년 상반기 시제품을 낸 뒤, 2019년 하반기에 구체적인 기술 구현에 들어갈 예정이다. 가상현실 공간에서 캐릭터끼리 서로 포옹하고 악수하는 수준까지는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그는 내다 봤다. 이후에는 이 기술을 근간으로 차세대 게임들이 대거 탄생하게 될 것이라고 김 박사는 말한다. 

"현존하는 모션 캡쳐 기술로는 센서를 벗어나면 진행이 되지 않고, 음영에 민감하기도 하는 등 문제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구현할 수 있는 게임이나 콘텐츠에도 한계가 명확한 편이죠. 저희 솔루션으로 이 부분을 대거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실제 오프라인에서 하는 움직임을 가상현실에서도 아주 부드럽게 거의 제약없이 하면서 더 재미있고 실생활에 가까운 콘텐츠들이 탄생하게 될 것입니다."

김 박사와 공동 개발중인 기업 모인은 이 기술을 활용해 가상현실 도시를 구축하는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가상현실 도시 내에 접속한 유저들끼리 대화하는 것 외에도 신체적인 움직임을 활용해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발하는 프로젝트다. 머지 않은 미래에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처럼 함께 가상현실을 즐기는 시대가 다가올지도 모른다. 오는 2019년 김진석 박사 연구진과 모인의 행보를 주목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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