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경영진 이탈 … ‘전환점’ 맞이한 오큘러스
연이은 경영진 이탈 … ‘전환점’ 맞이한 오큘러스
  • 정우준 기자
  • 승인 2019.08.22 12: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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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피인수 5년차를 맞이한 오큘러스가 대대적인 체질개선에 나서고 있다. 오큘러스 리프트부터 오큘러스 퀘스트, 오큘러스 고까지 PC·스탠드얼론·모바일 VR을 아우르는 HMD 라인업을 구축한 만큼, 글로벌 VR·AR 시장을 선도할 만한 신규 비전을 내놓을 것이란 전망이다.
 

사진=오큘러스

이 같은 움직임이 가장 두드러진 지점은 바로 기존 경영진의 대규모 이탈이다. 먼저 올해 5월 럭키 팔머, 브랜든 이리브에 이어 오큘러스를 2년간 이끌어온 휴고 바라가 수장 직을 내려놓았다. 비록 글로벌 AR/VR 파트너십 부문 부사장으로서 접점을 이어갈 예정이지만, 페이스북과 오큘러스의 전반적인 사업 방향성이 바뀔 가능성이 존재한다.

더불어 이달 들어 주요 경영진이었던 네이트 미첼과 맥스 코헨도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다. 특히 네이트 미첼은 페이스북에 남아있던 오큘러스의 마지막 공동 창업자로, VR HMD 개발에 참여하고 오큘러스와 VR 업계를 알린 인물이다. 오큘러스 모바일 책임자로 근무했던 맥스 코헨 역시 삼성전자와 ‘기어VR’ 협업을 이끌어내고 스탠드얼론 VR HMD ‘오큘러스 고’와 ‘오큘러스 퀘스트’의 개발에 깊숙이 관여한 바 있다.
 

출처=(좌측부터) 휴고 바라 페이스북, 네이트 미첼 트위터, 맥스 코헨 링크드인

오큘러스의 시작과 성장을 함께해온 핵심 경영진이 떠나면서,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페이스북의 VR/AR 사업 방향성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그간 마크 주커버스 페이스북 CEO가 강조한대로, 오큘러스는 하이엔드급 PC VR부터 스탠드얼론 VR, 모바일 VR까지 가격대 및 성능별 기기 라인업을 구축해 VR 대중화 작업을 진행해왔다. 

이에 따라 가장 유력한 오큘러스의 차기 과제는 다름 아닌 콘텐츠 플랫폼 강화다. HTC바이브·오큘러스 리프트·윈도우 MR HMD을 아우르는 ‘스팀 VR’이 여전히 강력하지만, 최근 하드웨어 제조사마다 자사 플랫폼의 영향력 확대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HTC바이브는 꾸준히 구독형 서비스를 내세운 ‘바이브포트’를 육성 중이며, 지난 1월 신형 PC VR HMD ‘바이브 코스모스’와 함께 새로운 플랫폼 ‘바이브 리얼리티’를 발표한 바 있다. 

특히 페이스북이 휴고 바라의 후임으로 선임한 에릭 쳉 AR/VR 제품 부문 부사장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구글에서 수석 PM으로 재직할 당시 ‘안드로이드 OS 1.0’과 ‘넥서스 원’ 개발을 이끌었으며, 지난 2010년 5월 페이스북 합류 이후 모바일 PM을 역임한 인물이다. 그간 구글과 페이스북에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제작하고, 해당 시장을 확대하는 과제를 수행했던 만큼 ‘오큘러스 스토어’의 점유율을 높이는데 집중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아울러 국내외 전문가와 해외 외신들을 통해 에릭 쳉의 주도 아래 오큘러스의 AR 하드웨어 개발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들려오고 있다. 이에 앞서 마크 주커버그 CEO는 “향후 10년 간 폼팩터가 점점 작아지면서, VR과 AR을 모두 수행할 수 있는 안경 형태로 발전할 것”이라며, “아직은 기술적으로 부족하지만, 페이스북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인 AR글래스 개발을 위해 총력을 다 하는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올해 열린 ‘F8’ 콘퍼런스에서는 인스타그램 서비스 확장을 위한 ‘스파크 AR 스튜디오’의 윈도우 지원 발표와 함께, 페이스북 리얼리티 랩스가 연구 중인 AR/VR 아바타를 통해 안전함과 공감을 선사하는 방법을 공유했다.

이외에도 외부 제조사 파트너십보다는 자체 제작한 하드웨어 라인업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삼성전자의 최신 플래그십 스마트폰인 ‘갤럭시노트10’은 기어VR에 대한 지원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올해 초 출시한 ‘갤럭시S10’이 기존 기어VR과의 호환을 발표했던 시점과는 달라진 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 다만 오큘러스 퀘스트에 장착된 OLED 디스플레이를 비롯해 기기 제작 과정에서의 협업은 지속될 전망이다.
 

출처=오큘러스 공식 유튜브 채널 '오큘러스 커넥트 5' 스크린샷

한편, 페이스북은 미국 현지 시각으로 오는 9월 25일부터 9월 26일까지 캘리포니아 산호세에 위치한 멕에너리 컨벤션 센터에서 자체 개발자 콘퍼런스 ‘오큘러스 커넥트 6(OC6)’를 개최한다. 매년 마크 주커버스 CEO가 직접 참석해 시장분석 및 전망을 공유하고 신규 하드웨어와 서비스를 선보여온 만큼, 오큘러스가 내놓을 차세대 VR·AR 전략은 무엇일지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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