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VR] 서머레슨, 감춰둔 뒷이야기
[PSVR] 서머레슨, 감춰둔 뒷이야기
  • nant
  • 승인 2016.02.26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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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이하 SCE)는 1년전부터 자사의 플레이스테이션VR 라인업을 적극적으로 공개해왔다. 각 라인업은 약 5분에서 7분 분량으로 비교적 짧은 편. 데모 수준의 영상들이지만 내부 보안이 철저한 관계로 관련 영상이나 스크린샷을 외부로 유출하지 못하는 NDA를 요구했다. 사실 그 때문에 관련 콘텐츠에 대해 리뷰할 생각을 버리기도 한 타이틀 중 하나다.

GDC를 기점으로 SCE는 4시간에 달하는 컨퍼런스를 예고, 자사가 보유한 라인업에 좀 더 많은 정보를 공해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에 그간 감춰둔 내용을 공개해보고자 한다.

외부에서 보기에 '서머레슨'이라는 타이틀은 남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타이틀 중 하나다. 여고생이 살고 있는 방 안에 들어가 '과외'를 한다는 내용이외에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이미 더 이상의 체험은 없을 것이라는 상상력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체험대에 앉았다. 그런데 로딩이 시작됐는데 언제 로딩이 끝날지 모르겠다. 몰래 촬영해 둔 히든캠을 보니 로딩만 3분이 넘게 걸렸다. 마치 소개팅 상대를 기다리는 기분이 지속됐는데, 초조함을 감추지 못해 SCE쪽 에이전트에게 쓸데없는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조금 기다리자 영상이 나온다. 방 한가운데에 앉아있는데 일본이라 그런지 의외로 방 크기는 크지 않았다. 체감상 방크기는 4평 정도. 어른 두명이 세로로 누으면 가득찰만한 공간이었다.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데 여고생이 옆에서 걸어와 자리에 앉는다. 움찔 한다. 뭐라고 이야기는 하는데 알아듣지는 못한다. 일본어다. 자막이 없고 오로지 일본어만으로 모든 이야기를 처리한다.

바로 옆에 앉아 있는데 눈을 마주치기 힘들다.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나를 지긋이 바라보고 있으니 참을 수 없다. 먼산을 보면서 이야기를 듣는다. 대충 어떤 이야기인지 이해가 간다. 교과서를 찾아야 하는데 책이 안보인다. 의외로 덜렁이인듯 책상을 뒤지고 연필을 줍고 난리가 난다.

당황스러운 전개 덕분에 어쩔줄 몰라 하다가 방 오른편 위쪽 구석에 놓아둔 교과서를 찾으니 비로서 게임이 진행된다.

일본 여자아이의 발음 그대로 영어에 대해 질문한다. 대체 무슨소리인가 한참을 듣다가 에라 모르겠다 고개를 좌우로 젓는다. 순간 여자아이의 표정에 '실망스럽다'는 기운이 역력하다. 기초적인 영어는 자신 있는데 당신이 하는 말을 못알아 듣겠단 말이다. 소리쳐주고 싶지만 별 수 없다.

여전히 눈은 마주치기 어렵다. 머쓱 한듯 교과서만 실컷 쳐다본다. 갑자기 여고생이 들이댄다. 오른쪽 귀에다 대고 뭔가를 속삭인다. 이번 여름에 어디로 놀러가자는 소리인듯 하다. 심장이 미친듯이 날뛴다. 상큼한 향기가 코에 들어오는 듯 한 기분이다. 미치겠다 생각한 순간 갑자기 여고생이 줄을 잡는다. 어디서 나온 줄인지는 모르겠다. 힘차게 줄을 당기자 미친듯이 바닥으로 떨어진다.

5분 동안 지속된 체험은 그렇게 끝이 났다. 그리고 소위 '현자 타임'이 시작됐다. 단 5분동안이었지만 분명히 신선한 경험이었다는 점은 두말할 필요 없다. 게임이 진행되는 동안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 거나 끄덕이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부분도 분명히 신선했다. 체험한 지 무려 3개월이 지났지만 장면이 그대로 머릿속에 남는다.

데모 버전만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여고생이 이쁘다는 점. 눈을 마주치기 힘들 정도로 현실적인 기분이 든다는 점 정도는 분명히 말할 수 있다.

다만 한계가 명확하다. 같은 장면을 2번동안 플레이하기에는 무리가 있지 않을까. 연예시뮬레이션 장르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이를 악물고 멀티 엔딩을 보기 위해 모든 지문을 수십번 더 소화해 내겠지만 일반인들에게는 그리 쉽지 않은 도전이 될 듯 하다.

추후 '친밀도'와 같이 정통적인 연예 시뮬레이션 장르 요소들이 추가되고 지문들이 더해져야 제대로된 게임으로 가치를 지닐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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