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연하, 여자친구를 만나다 '포커스 온 유'
20년 연하, 여자친구를 만나다 '포커스 온 유'
  • 안일범 기자
  • 승인 2019.07.09 18: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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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많이 본 곳이다. 판교 근처 카페다. 한번쯤 들려서 커피를 마셔본법한 공간이다. 손님이 찾아온다. 여자다. 고등학생. 평생 볼리 없는 존재가 눈앞에 서 있다. 날 보고 부끄러워한다.

세상에. 말이 될 일인가. 가상현실이라고는 하지만 현실성이 너무 떨어지는 것 아닌가. 나이차이 20년. 첫사랑에 실패하지 않았다면, 그 때 큰 맘을 먹었다면, 조금만 덜 찌질했다면 너만한 딸이 있겠다. 아빤 아무것도 몰라! 하면서 문 쿵닫고 방에서 나오지 않을 딸이겠지만. 아무튼 만났다. 오빠라며 발그레 웃는다.

그도 그럴것이 가상현실 상 주인공은 고3 남학생이다. 사진찍는 일이 취미. 버젓이 카페에서 일도 한다. 주변에 사진이 널려있는 것을 보면 분명 카페 주인이다. 손을 보면 매끈한것이 잘 생긴 남학생임에 틀림이 없다. 이런 오버스펙이 있나.

오래된 아재영화 '존 말코비치 되기'에서 한 남자는 다른 사람 몸 속으로 들어가 인생을 체험한다. 관음증. 비슷한 체험일까. 이상야릇한 기분이 온몸을 엄습한다. 

불편하고 간지러운 기운을 떨쳐버리고자 이상한 애드립을 연신 발사한다. 다행히 별의 별 돌발행동에도 게임 속 캐릭터는 그대로다. 억지로 앉았다가 좌우로 돌았다가 뒤돌기에 이단 옆차기 빼고는 다 해 보니, 그 때마다 이 소녀는 아이컨텍에 여념이 없다. 맑은 눈으로 쳐다보니 답이 없다. 순진한 여고생 공격을 당해낼 재간이 없다. 


게임은 양 손에 든 콘트롤러로 진행한다. 장소를 이동할때도 물건을 집을 때도 명령을 할 때도 모두 트리거 버튼을 활용한다. 단, 특정 질문은 '음성 인식' 기능이 활용되는데 제시되된 단어를 말하면 게임 속 캐릭터가 알아듣고 답변한다. 단 선택지는 두 세개 남짓, 굳이 트리거 버튼을 당길 필요 없이 말로 대화가 가능하다. 연기력이 좀 뒷받침된다면 그럴싸한 데이트가 될 지도 모른다.

이 정도 표정이 오히려 자연스럽다

"어제 있었던 일은 비밀이에요" / "아니 기사로 쓸건데...." 라고 답해도 소용은 없다. 선택된 질문과 답안이 오가도록 설계돼 있다. 강제로 "뭐, 그래"하곤 게임은 진행된다.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다. 그러나 비슷하게는 가고 있다. 

첫 데이트를 준비하듯 이런 저런 멘트를 연습하고, 상대방 반응을 상상하면서 작전(?)을 짜고, 분위기를 돋울 농담을 준비해본다. 다행히 이 소녀는 무지막지하게 착하다. 어떤 멘트에도 웃음을 잃지 않는 강철 멘탈 소유자. 당연히 멘트를 던지고 이불킥할 걱정도 없다. 유일한 단점은 화면에서 안나온다는 점 뿐이다. 

여고생과 보내는 시간은 약 1시간 30분. 길면 2시간이면 모두 끝난다. 짧은 영화를 한편 본 듯한 기분. 순수 문학 소설을 영상으로 옮긴것 같은 내용이 진행된다. 굉장히 청순한 여고생과, 굉장히 둔감한(?) 남자 주인공 사이 연애를 게임으로 담았다. 사진이 취미힌 소년과, 의상디자인 및 모델을 하는 소녀들은 서로 사진 촬영을 이유로 가까워진다. 묘한 기류가 흐르는 가운데 엘리베이터에 갖히기도 하고, 함께 섬으로 놀러가기도 하면서 알콩달콩한 사랑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기대하는 분들을 위해 필살기 무릎 앉아를 시전했지만 철통 방어가 기다리고 있다
기대하는 분들을 위해 필살기 무릎 앉아를 시전했지만 철통 방어가 기다리고 있다

스마일게이트는 게임 내부 메시지를 통해 후반부 스토리를 이야기하지 말아달라는 요청을 삽입했다. 이에 기사로 쓸 수 있는 부분은 여기까지다. 뒤 이야기는 직접 확인해야할 부분이다.

'포커스 온 유'는 언리얼엔진을 활용한 그래픽을 강점으로 현실 속 세상을 가상현실 세계로 옮긴 작품이다. 누구나 꿈꿔봄직한 첫사랑 이야기가 게임 속에 담겼다. 실사풍 화가들의 작품을 보는 듯, 우리나라 곳곳이 게임 속에 담겨 있기에 몰입감은 더 하다. 

냉정하게 바라보면 '포커스 온 유'는 VR판 비주얼 노벨을 보는 듯 하다. 게임이지만 애니메이션이나 드라마에 가깝다. 게임 속 인터랙션 중 대다수는 사진을 찍는 행동. 때로는 애교를 부리거나, 때로는 요염한 포즈를 취하는 여고생을 바라보는 것이 핵심 포인트다. 그 외에는 왠지 돈 받고 해야할듯한 커피만들기나, 스무디 만들기와 같은 아르바이트 요소들이 인터랙션의 다수를 차지한다. 그렇다보니 게임은 잔잔하게 흘러 간다. 이로 인해 호불호가 갈릴 수 있음은 인지해야한다. 대신 관련 장르를 잘 알고 있는 이들이라면, 특히 순애물에 열광하는 신사들이라면 이 게임은 반드시 구매해야할 게임 중 하나다. 

새끼 손가락을 걸고, 다음을 약속했다.
새끼 손가락을 걸고, 다음을 약속했다.

추후 게임은 다운로드 콘텐츠를 발매할 예정이다. 관련 내용은 아직 베일에 쌓여 있다. 확장성이 무궁무진한 장르인 만큼 다양한 콘텐츠들이 발매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관련해 스마일게이트측 한 관계자에 따르면 '수영복'을 비롯 다양한 코스튬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신사들이 힘을 모아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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