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스타 2016 #14] 당신을 위로해 드리겠어요! EVR스튜디오 프로젝트M 시연버전 공개
[지스타 2016 #14] 당신을 위로해 드리겠어요! EVR스튜디오 프로젝트M 시연버전 공개
  • 안일범 기자
  • 승인 2016.11.18 18: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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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눈을 뜨고도 믿지 못했다. 가상현실에서 캐릭터 모델링에만 전력투구 할 수 있는 기업이 얼마나 될까. 수백억원을 투자한 애니메이션에서나 쓰이는 기법들이 등장하고, 퍼포먼스 관리도 완벽하다. 이대로만 나오면 해볼만하다. 그런데 확신은 들지 않는다. 어떤 프로젝트에서 묵혀 뒀던 모델링을 다시 붙여다가 콘텐츠를 낸 프로젝트면 어떻할 것인가. 고뇌했다. 덕분에 이 스튜디오는 지난 5월부터 취재 아이템에서 빠져 있던 회사다. 영상만 내고 잠적하는 회사가 또 하나 늘기를 바라지는 않았다. 정말 모델링 퀄리티를 유지하고 있을까. 또 동일한 퀄리티로 콘텐츠를 쌓아 올릴 수 있을까. 그 해답을 지금 기사로 남겨 본다.

 EVR스튜디오가 개발한 프로젝트M이 지스타2016 BTB관 에픽게임스 부스에서 선보였다. 한땀 한땀 파내려가고 조각한 캐릭터에 환상적인 연출, 거기에 '사랑'을 하는 이들만이 쓸 수 있는 시나리오. 이 모든 것을 완비한 콘텐츠다. 기술력을 극한까지 끌어 올린 콘텐츠. '프로젝트M'을 설명할 수 있는 유일한 수식가 아닐까.

프로젝트M은 여자친구로 부터 전화를 받으며 게임이 시작된다. 놀러 오란다. 오냐 간다. 차를 돌리고 바로 밟는 상상을 한다. 5초 정도 지났을까. 어느새 여자친구 집 문앞이다. 괜히 긴장돼 주변을 쳐다 본다. 깜짝 놀랬다. 벽, 창문, 배색 등 모든게 완벽했다. '그림자'만 제외하면 바로 이거다 싶다. 욕심을 부리기 위해 과감히 포기한 부분들이 눈에 들어 온다.

 눈 앞에 여자친구가 서 있다. 그냥 상상 속 여자친구나 영화 속 여자친구가 아니라 진짜 살아있는 캐릭터 같다.

연기를 참 잘하는 친구를 모델로 쓰셨군요라고 묻자 박재욱 TA얼굴에 그늘이 드리운다.

"근육들을 서로 묶어 그룹화를 하고 표정을 지을 때 마다 각 표정들을 세밀하게 만드는 작업들을 했습니다. 좋게 말하면 커스텀이고, 다른 말로 하자면 수작업을 많이 한 겁니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사실 그녀의 표정은 몰입감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다. 서로 얼굴을 마주보면서 무표정하게 서 있다면 그 보다 실망스러운 일은 어디 있을까.

심지어 이 몰입감을 유지하기 위해 '입모양'도 적지 않은 신경을 썼다. 주인공의 입술을 가만히 쳐다 보면 그야 말로 기가 막힌다. 어투, 어미에 따라 입모양이 적절히 벌어졌다가 모아진다. 자음에 따라 입모양 끝 부분을 처리한 것도 바로 보인다. 해상도만 더 높았다면 혀의 움직임도 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엉뚱한 상상을 해본다.

작정하고 파내려 갔다. 그 한마디 밖에는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그래픽퀄리티는 이만하면 됐다. 그런데 사실 '연애'라는 것이 항상 즐겁지만은 않다. 게임 콘텐츠라면 가능한한 모든 부분에서 즐겁도록 노력해야 하는데, 게임이 '현실에 가까워 질수록(퀄리티가 올라갈수록)' 게임은 지루해지는 역효과를 낳을 지도 모른다.

민동준 총괄PD는 인공지능 카드를 꺼내 들었다. 서로 이야기하면서 상대방의 취향을 파악하고 관심을 기울이는 이야기들을 위주로 시나리오를 세팅해 나가면 해결될 가능성이 높은 문제라고 민 PD는 분석했다.
그는 "현대인들에게 '위로'를 주기 위해 기획한 콘텐츠다. '허무함', '실망감' 등 회색빛 세상에 사는 사람들에게 작은 빛이라도 줄 수 있다면 이 프로젝트가 의미가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격이 떨어지는게 분명한 질문을 반드시 해야 했다. 할까 말까 망설이다가 하고야 말았다. 19금 요소를 '넣어 달라'는 완곡한 부탁을 해야만 했다.
민 PD는 단호히 고개를 젓는다. "단순히 몇 분 동안 하고 잊어 버리는 콘텐츠로는 만들고 싶지 않습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19금 콘텐츠는 독일지도 모릅니다. 물론 그게 매출에는 큰 도움이 될 수 있겠죠. 그런데 19금 콘텐츠는 지금도 잘하는 기업들이 많고 또 많은 분들이 선을 보이실 것이라 예상합니다."

19금 콘텐츠를 프로젝트M 수준으로 모델링 하고 애니메이션을 돌리려 한다면 그 신 하나를 위해 몇십명을 데려다 놔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친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분명히 그들은 해냈다. 시연중에 귓가에 고급 정보가 날아 든다. "이 장면에서는 가슴이 흔들리는 장면을 넣었습니다." 바스트모핑을 외치며 시신경을 집중한다. 좋았다. 리얼했다. 하지만 아쉽다. 순정만화를 원하는 이들이라면 취향일지도 모르겠다.

이들은 이 단점을 시나리오와 배경으로 극복하겠다고 선언했다. 여자친구와 함께 해봄직한 상상들을 그대로 가상현실로 옮겨 유저들의 취향을 자극한다. 노을이 보이는 바다앞에 서서 그녀를 바라본다. 비키니를 입은 그녀가 옆에 서더니 귓속말로 속삭인다.
"그거.. 어떻게 알았어?" 왼쪽귀가 간지럽다. 미친듯이 어깨 동무를 하고 싶다. 꽉 껴안고 싶다. 허벅지를 꼬집으로 주머니에 손을 넣는다. 참아야 한다.

EVR스튜디오는 아직 프로젝트M은 프로토타입에서 조금 더 나아간 수준이라고 설명한다. 이후 음성인식이나 인공지능 등이 더해진다면 보다 충실한 퀄리티를 가진 게임이 탄생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이를 위해 개발팀들도 최선을 다해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고 한다.

민동준 총괄PD는 "우리나라 개발자들 게임 정말 잘 만들거든요. 모바일 환경 때문에 실력을 발휘할 수 없어 답답하신 분들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 분들에게 뭔가 보여주고 싶습니다. 그래서 이를 악 물고 고집을 부려가면서 퀄리티를 끌어 올리고 있는 것입니다. 언젠가는 가치를 인정받는 콘텐츠를 선보이고 싶습니다. 기대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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